출범 20돌 앞둔 'CJ 올리브영'…초격차 위한 전열정비 돌입

구창근 대표 '내실경영' 방점…중국 등 해외사업 재정비 숙제

입력 : 2018-08-16 오후 4:52:33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CJ그룹의 H&B(헬스앤뷰티)스토어 올리브영이 국내 시장 독주체제를 굳힌 가운데 퀀텀점프를 노리고 있다.
 
1999년 1호점을 오픈한 이후 내년이면 출범 20돌을 맞는 올리브영은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초격차 실현을 위한 전열정비에 돌입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올해는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 내실 경영에 방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올리브영 강남점 내부 전경. 사진/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매장은 2011년 152개, 2013년 375개, 2015년 552개를 기록하며 급성장했고, 지난해 말 기준 1000호점을 돌파한 상황이다. 국내 H&B 시장에서 19년째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기도 하다.
 
경쟁사인 GS리테일이 브랜드명을 '랄라블라'로 전격 교체하고, 롯데쇼핑의 '롭스'가 여성 CEO로 교체하는 등 분위기 쇄신과 함께 맹공에 나선 것을 감안해도 여전히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며 여유로운 표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해 1조82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가운데 올리브영 부문의 매출만 1조5000억원 규모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CJ그룹 내부에서도 핵심계열사로 분류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
 
주주(17.97%)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역시 그룹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해 올리브영이 '내실경영'으로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은 지난 6월 말 새로운 수장이 된 구창근 대표의 경영스타일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재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구 대표는 지난달 초 허민회 전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가 CJ ENM 오쇼핑부문 대표로 이동하면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40대 젊은 CEO인 그는 증권사 식음료 담당 애널리스트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을 가졌고, '재무통'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7월 만 43세 나이로 CJ푸드빌 대표직에 선임됐던 것도 해외사업 만성적자에 시달렸던 CJ푸드빌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것으로 여겨졌다.
 
업계에선 올리브영 대표 부임 첫 해를 맞은 구 대표가 올해는 국내 사업경쟁력 강화와 '옥의 티'로 여겨졌던 해외사업 전열 정비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1050개로, 지난해와 비교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분기별 직영점 출점 수도 50여개에서 올해 1분기 30여개로 줄어들어 출점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H&B 시장이 포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무리한 출점을 지양하는 대신 상권별 고객
 
연령과 성향을 고려한 타깃형 맞춤 매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올리브영은 지난해 강남본점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이 같은 맞춤형 매장 전략을 본격화했다. 20~30대 고객 비중이 높은 강남점은 색조 수요가 높은 것을 고려해 1층을 모두 색조 제품으로만 구성했고, K뷰티가 특화된 명동본점 1층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마스크팩,
 
클렌징 등 기초화장품만 진열했다. 지난해 4월 오픈한 제주탑동점은 지역 아티스트들의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복합문화매장 형태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PB브랜드 확대와 최근 업계 최초로 선보인 기프트카드 서비스 등 차별화 상품을 지속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고전하는 중국 사업의 재정비는 올해 풀어야 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올리브영은 국내에선 매년 성장을 거듭 중이지만 중국을 필두로 한 해외에서는 5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3년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오픈하며 처음으로 해외에 발을 디딘 올리브영은 현재 중국 내 매장을 10곳까지 늘렸다. 하지만 올리브영의 유일한 해외 자회사 'CJ올리브영 (상하이) 코퍼레이션'의 당기순손실은 2013년 28억2695만원에서 2014년 2억7408만원, 2015년 7억7889만원으로 줄다가 2016년 33억207만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는 부채(57억4800만 원)가 자본(33억1500만 원)보다 많은 상태가 됐다.
 
이에 올리브영은 지난해 하반기 상하이 법인에 대해 48억7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새로 부임한 구 대표 역시 해외사업의 효율화를 위한 정비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H&B스토어 시장 포화에 직면했지만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올리브영의 독주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출범 20돌을 앞두고 있는만큼 올해는 해외사업 재정비와 국내사업 경쟁력 강화 등 전열을 다시한번 가다듬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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