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블록체인 산업 관계자들이 23일 암호화폐공개(ICO) 허용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ICO는 허용하되 발생가능한 부작용은 정부와 주무부처,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 적극적인 소통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범 혁신단체 모임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혁단협)'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KDB산업은행 IR센터에서 '블록체인&ICO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제 3차 혁신벤처생태계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블록체인 산업 관련 '선 허용 후 규제'의 네거티브형 방식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필수 기술인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는커녕 방관하며 고사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은 먼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태풍이 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2가지 기술은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이라며 "블록체인은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을 거치지 않고서도 개인 사이에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회장은 "독일에서는 4100만가구가 신재생에너지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한다. 네덜란드는 복지체계에 블록체인을 도입했고, 중국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가짜 영수증 거래를 방지한다"며 "전 세계는 이미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수많은 혁신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은 사회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뒤쳐져있다"고 지적했다. 고 회장은 그러면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게 혁신성장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선례가 없는 일을 해야한다"면서 "그동안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 머물렀던 한국은 중국·인도·베트남이 등장하면서 패스트 팔로워로서의 경쟁력을 잃었다. 결국 퍼스트 무버가 돼 살아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의 주제발표를 맡은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미국·일본·캐나다 등 13개 국가의 최근 규제동향을 예로 들며 네거티브 방식의 블록체인 기본법 제정을 제안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법률로 명확하게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개방형 방식이다. 구 변호사는 "특정 정부부처에 권한을 주기보다는 블록체인 산업 성장에 걸림돌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입법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부처의 권한을 규정하지 않는 탈중앙형 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블록체인 산업을 둘러싼 정부의 무관심, 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 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정부의 스탠스는 방치, 묵인의 수준이 아니다. 정부는 간접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은행 등의 기관을 통해 규제 하고 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산업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은행을 찾으면 계좌를 만들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박 센터장은 "블록체인 산업 관련 대화의 자리를 만드는 게 정부가 해야할 첫 번째 일"이라며 "블록체인 관련 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부는 공개토론을 열어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영하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소통·협력의 시대인데, 정치권, 언론계, 학계 모두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 스타트업 육성과 관련해 블록체인 산업 발전의 필요성도 논의됐다. 핀테크 분야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글로스퍼의 김태원 대표는 "얼리 스테이지에 있는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시대 변화를 선도할지도 모르는 사업아이템임에도 초기 투자, IPO 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대중으로부터 사업 가능성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센터장은 "블록체인은 현실 문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블록체인으로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면 저비용 구조가 가능하다. 사업이 망해도 크게 문제없이 재도전 등의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혁단협 관계자는 "전 세계 ICO의 50%를 담당하는 스위스의 주크시는 블록체인산업 육성을 통해 1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블록체인이라는 신산업 육성으로 국가 혁신성장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KDB산업은행 IR센터에서 '블록체인&ICO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제 3차 혁신벤처생태계 정기포럼'이 개최됐다. 사진=벤처기업협회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