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카드를 꺼내들자 시장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고가주택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턱없이 낮아 세금 면제가 심하다는 지적 속에 정부는 이들 주택에 대한 세부담을 높여 집값을 잡고 동시에 과세 형평성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십억대를 호가하는 강남 주택시장이 조금의 세부담으로 잡히겠냐는 회의론이 없지 않다.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부동산 업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평과세 차원에서 그간 시세보다 낮은 공시가격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왔기 때문에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보유세 등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국토부의 표준주택 가격 산정을 토대로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책정되면서 지역 현실에 맞지 않는 공시가가 산출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시세의 50%, 공동주택은 65~70% 정도 낮게 책정된다고 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개별주택은 표준주택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전국의 지자체가 여건에 맞게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시가격 현실화로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견이 갈린다. 우선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종부세 개편에서 제외되던 9억원 미만 1주택자도 재산세가 늘어 집값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 3주택자에 대한 추가 세율 적용 등 보유세 개편안과 공시가격 현실화가 함께 적용되면 9억 이상 고가 아파트, 단독주택 등의 보유세 부담이 상한선인 150%까지 오를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던 9억원 이상 고가부동산, 단독주택 등이 되도록 빠른 시기에 공시가격 현실화가 이뤄지면 강남 재건축 단지의 보유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가 서울 집값의 상승을 막는데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년 사이 서울 집값 상승분이 수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금 부담이 수백만원 올라도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20~30억원 하는데 세금 100만원 이상 오르는 건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며 "보유세 개편안에 따른 부담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아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기초연금 등 복지수급자 탈락자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해 저소득층의 재산 보유분인 집값이 상승할 경우 복지 혜택 수급 요건에서 탈락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감면하거나 복지 수급 요건을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해외에서와 같이 공시가격을 과세와 복지 목적에 따라 별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