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 2분기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하면서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확대되고 연휴 등 계절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대출이 늘었다. 다만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증가세는 둔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계빚이 가계소득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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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6월 말 가계신용은 1493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24조9000억원(1.7%)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을 합친 것으로, 가계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가계신용 증가액은 이사철·연휴 등 계절적 요인으로 전분기(17조4000억원)보다 확대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28조8000억원)에 비해서는 축소됐다. 특히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7.6%로, 2015년 1분기(7.4%) 이후 최저 수준이며 2016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둔화세를 이어갔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 대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증가세가 둔화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1409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2조7000억원 늘었다. 이중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아파트 입주물량 확대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모두 확대되면서 12조8000억원 증가했다. 실제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6조원 늘었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대책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시행되면서 증가폭은 둔화됐다. 기타대출은 오토론·신용대출 등이 늘면서 6조8000억원이나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받기가 까다로워지면서 비교적 대출 받기가 수월한 기타대출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지적도 나온다.
상호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우체국예금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2조6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신심사가이드라인 등의 영향으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2분기 판매신용은 83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조2000억원 증가했다. 어린이날·어버이날 등 5월 연휴와 월드컵효과 등으로 소비가 늘어나서다.
이같은 추세라면 3분기에는 가계부채가 1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의 대출 옥죄기 영향으로 증가세 둔화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계속 둔화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계소득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 등을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