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LG가 구광모 회장을 수장으로 맞은 지 두 달이 돼 간다. 그간 구 회장은 대외 활동을 자제하며 그룹 현안 파악 등에 주력했다. 선친인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지분 상속과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의 독립 등도 살펴야 했다. 이에 재무통인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그룹 지주사인 ㈜LG로 끌어올리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구광모의 색깔'이 드러나기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지배적 의견이다.
구 회장은 오는 28일로 취임 두 달을 맞는다.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지 40여일 만인 지난 6월29일 총수로 등극한 구 회장은 LG트윈타워 동관 30층에 집무실을 마련하고 경영 현안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계열사의 사업 내용들이 워낙 많다보니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시에 구 회장은 그룹 내 인사통, 재무통들로부터의 보고를 통해 '구광모 시대'를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 관계자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말해, 향후 인선의 폭을 예감케 했다.
재계에서는 예상보다 빠르고 파격적으로 진행되는 인사를 감안, 연말 정기인사의 변동 폭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선대의 구본무 전 회장이 취임 첫 해 부회장 3명을 포함해 350여명을 바꾸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인사를 단행했던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통상적으로 11월 말을 전후해 발표되던 인사가 조기에 시행될 가능성도 점친다. 변화의 조짐들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김상민 LG화학 상무를 지주사의 경영담당 임원으로 데려왔다. 김 상무는 LG화학의 LG생명과학 흡수합병, 팜한농 인수 등의 사업재편과 인수합병(M&A)을 담당했다.
이보다 앞서 구 회장은 이명관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 부사장을 ㈜LG 인사팀장으로 발탁하면서 '구광모표' 인사에 시동을 걸었다. 이 부사장은 그룹 구조조정본부 인사지원팀장, LG CNS 인사·경영지원부문장 등을 역임한 그룹 내 대표적 인사통으로, 지난 2014년 말 정기인사에서는 ㈜LG 인사팀장을 맡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재계는 구 회장의 리더십 강화와 대대적 조직 개편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구 회장은 이명관 부사장의 ㈜LG 인사팀장 발탁 이후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하현회 ㈜LG 부회장을 맞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력 계열사를 두루 거친 권 부회장을 통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에 대한 대응은 물론, 구본무 전 회장의 ㈜LG 지분 상속,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 등을 위함으로 풀이됐다. LG는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권영수 ㈜LG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해 해당 인사를 마무리 한다.
이와 함께 LG는 LG연암문화재단, LG연암학원,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 등 4개 공익재단을 총괄하는 이사장에 이문호 전 연암대 총장을 선임했다. 총수 일가가 아닌 사람이 LG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LG는 "구광모 회장은 상당기간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직접 이사장을 맡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연말 인사 등을 통해 구 회장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본무 전 회장의 후광효과 덕을 보고 있지만, 그간 후계자로서 뚜렷한 성과를 낸 적이 없어 구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뉴스토마토>가 실시한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서 구 회장은 세 달(6~8월) 연속 총수 부문 1위를 유지했다. 이는 첫 조사에서 정상을 차지한 구본무 전 회장의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으로, 선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구 회장에게도 투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