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은 26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면서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은 현재의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의 과열 조짐이 우려되고,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시장 안정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높은 가격을 실질과세로 환산하는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지난 2월22일 발표한 공적임대주택 24만호 공급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현재 공공임대주택 27만호에 서울시 노력이 더해지면 전체 주택 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약 10%에 이르러, 서민 주거안정이 강화됨은 물론 부동산 시장 가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기금지원 및 법령과 제도개선을 통해 빈집 활용 방식의 공공주택 공급을 추가로 확대하겠다는 정책도 내놓았다.
박 시장은 또 "공시가격 현실화는 부동산 취득과 보유로 인한 불로소득을 조세로 환수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서울지역의 실거래가를 정확히 파악해 실질과세의 원칙이 실현되도록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부동산 거래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재건축 및 대규모 개발로 인한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기로 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 안정화때까지 행정2부시장 직속의 '부동산 상황 점검반'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마스터플랜 보류 이유, 일요일 발표 이유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박 시장은 "여의도·용산 구상은 이전에도 발표한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는데도, 사람들에게 재개발로 받아들여져 예상치 못하게 부동산 가격이 과열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가격 과열은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여의도·용산에 대해서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도시 미래를 만드는 건 중요하지만 동시에 주택 안정화 역시 서울시장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해 마스터플랜 보류를 결단했다"고 말했다.
발표 시점이 일요일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국토교통부의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등 규제 발표는 27일로, 서울시의 입장 발표가 국토부에 하루 앞섰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규제 발표 후 서울시의 발표가 나오는 게 자연스럽지 않느냐, 국토부와 조율된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박 시장은 "국토부와 서울시는 TF를 가동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반면 마스터플랜 재추진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재추진 시점인 '주택시장 안정화'의 기준이 무엇인지 대해서 박 시장은 계속 즉답을 피했다. 다만 "국토부나 여러 기관과 협력해서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 재추진에 있어 중앙정부의 의사를 반영할 것을 시사했다.
서울시 공무원들 역시 재추진 시기를 단정하지 않았다. A공무원도 국토부와의 협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고, B공무원은 "상식선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함으로써 여론 동향을 참고할 뜻을 내비쳤다.
다만 이번 마스터플랜 보류 결정이 서울 내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강북 지역 투자와는 무관하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이날 박 시장은 "강북 투자에는 도시재생, 주거지재생 등 항목이 많아 토건하고 큰 상관이 없다"며 강북 개발을 계속 이어갈 뜻을 밝혔다.
한편,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은 지난 7월10일 박 시장이 싱가포르 순방 중 내놓은 두 지역 개발 청사진이다. 여의도의 경우, '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을 통해 국제 금융중심지로 개발하고 일대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계획이었다. 용산에는 대규모 광장과 산책로를 조성하고, 서울역∼용산역 철로를 지하화한 뒤 빈 공간에 MICE 단지와 쇼핑센터를 지을 예정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