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손해보험 혁신안 중 하나로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할 수 있게 한 소액간단보험(단종보험)이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판매 창구로 예상한 관계업종과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 모두 실익이 없다는 이유다. 보험업계에서는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금융위의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등 빅3를 비롯해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등 중소형 손보사들의 소액간단보험 오프라인 계약 건수는 6월 이후 0건이다.
A 보험사 관계자는 "소액간단보험의 계약을 맺은 오프라인 업체는 없으며 적극적으로 판매할 계획도 없다"라며 "업계 전반에서 소액간단보험 판매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소액간단보험이란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제한된 분야를 보장받는 보험으로 전세금보장보험, 펫보험, 여행장 보험, 세그웨이 상해·배상책임보험, 드론 배상·책임보험, 레저보험 등이 있다.
금융위는 올해 초 저축성보험에 치중된 손해보험업계의 위험보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내놓은 ‘손해보험산업 혁신·발전방안’을 통해 소액간단보험의 활성화 계획을 제시했다.
당시 금융위는 소액간단보험이 ‘전세금보장보험’ 외에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이유에 대해 판매채널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설계사·대리점 등의 모집 수수료 체계 등 인센티브 구조를 감안했을 때 전통적인 대면모집 채널을 통한 간단보험 활성화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특정 재화·용역의 제공을 본업으로 하는 자가 본업과 관련된 자가 올해 하반기부터 단종보험대리점 형태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소액간단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동물병원이나 애견샵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애견용품과 애견 치료비 및 타인의 피해 보장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공인중개사(전세금보장보험), 공인중개사(부동산권리보험), 전자제품판매점(제품보증연장보험) 등만 보험협회에 단종보험 대리점으로 등록됐다.
그러나 시행 후 약 2개월이 지난 현재, 소액간단보험에 대한 보험업계와 오프라인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관심은 거의 전무하다. 보험업계와 관련 업종 종사자들 모두 소액간단보험의 수익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애견 관련 보험을 팔기 위해서는 보험판매 자격을 갖춘 사람을 새로 고용하거나 기존 직원이 설계사 자격 시험을 봐야 한다"라며 "최저임금도 오르고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 사람을 고용하거나 따로 인력을 분리해야 하는데, 그런 부담을 안고 굳이 판매를 시도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상 새로운 분야인 소액간단보험에 대해 리스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뛰어들 보험사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큰 비용을 들여 새롭게 전산을 개발한다고 해도 상품이 얼마나 팔릴지, 얼마나 손해율이 얼마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들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것"이라며 "업계 빅3도 간단보험 판매를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형사는 더 판매가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가 혁신과 발전을 위해 발표했지만 정작 보험업계의 의견은 크게 반영된 것 같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온라인의 경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들이 파악됐지만, 오프라인의 경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라며 "아직 시행된지 두달 밖에 안됐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7일 펫보험 등 소액간단보험 판매 관련업종의 판매실적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