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춘추시대]①사드 이슈가 바꾼 K뷰티 지형

아모레 왕좌 잃고 변혁기…LG생활건강·H&B가 득세하며 난전

입력 : 2018-08-28 오후 3:55:40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사드 이슈 이후 화장품 시장이 무한 경쟁 시대로 들어섰다. 부동의 1위였던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에게 왕관을 내준데 이어 H&B스토어의 인기, 새로운 뷰티편집숍 등장으로 시장 내 파이 싸움이 심화되고 있다.
 
사드 이슈에 흔들렸던 아모레퍼시픽은 결국 LG생활건강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올 상반기 기준 LG생활건강의 매출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3조3118억원, 영업이익은 12% 증가한 5509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이 1.5% 감소한 3조2179억원, 영업이익이 27% 줄어든 448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실적에 이어 다시 한번 LG생활건강에 뒤처졌다.
 
LG생활건강은 럭셔리브랜드 '후'를 앞세운 전략으로 아모레퍼시픽을 따라잡았다. 사진은 지난달 출시된 '후' 신제품. 사진/LG생건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 전략이 주효했다. 2분기 매출기준으로 럭셔리 브랜드(후, 숨, 오휘 등) 비중은 약 75%, 프리미엄 브랜드(차앤박 등) 비중은 25%였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 '후'는 지난 201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도 지난 7월 일찌감치 1조원을 달성했다. 오휘 역시 고가라인을 중심으로 면세점과 해외에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후, 숨, 오휘더퍼스트 모두 2분기 매출이 각각 66%, 18%, 67%씩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국내 매출 기준 럭셔리 브랜드가 55%, 프리미엄 브랜드 23%, 데일리뷰티·오설록이 13%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럭셔리 브랜드 비중이 LG생활건강에 비해 작다.
 
반격에 나선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브랜드 강화,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한다.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의 대표제품을 중심으로 럭셔리 고객 저변을 확대하고 중국에서 매장을 지속 출점할 계획이다. 라네즈는 지난 3월 호주 세포라에 입점하고 이니스프리가 지난 6월 호주 멜버른에 1호점을 여는 등 진출 초석을 다지고 있다. 북미쪽에서도 지난 3월 마몽드가 '얼타'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브랜드숍들이 사드 이슈로 부진했던 가운데 H&B 스토어가 대세로 자리잡은 현상도 부각된다. 에이블씨앤씨의 미샤는 점포수가 3년여간 720개 정도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2분기 영업손실 53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도 하향세다. 네이처리퍼블릭도 지난 2016년 768개에 달하던 매장 수가 올 8월 기준 680여개로 줄었다.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더페이스샵의 가맹점 수는 2015년 1204개에서 지난해 1056개로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매장 수 변동이 10여개 안팎 정도로 미미했다.
 
로드숍들의 점포수는 제자리걸음이거나 현저히 줄어든 모습을 보인다. 사진/뉴스토마토
 
반면 H&B 스토어 상위 3개사는 올해까지 꾸준히 점포 수를 늘려왔다. 올리브영의 점포수는 2015년 552개에서 2016년 800개, 지난해 980개, 올 상반기 기준 1050개를 기록했다. 랄라블라 역시 2015년 113개의 매장이 2016년 128개, 지난해 186개까지 증가해 현재는 190개다. 롭스는 2015년 53개에서 올해 110개로 3년간 두 배 넘게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브랜드숍 중 H&B 스토어 입점을 노리는 곳도 있다. 하지만 가맹점들이 버젓이 운영 중인 마당에 근처 H&B 스토어에 입점하기는 힘들다. 직영 매장으로 운영되는 에이블씨엔씨의 어퓨만이 입점에 적극적이다. 한 화장품 브랜드숍 관계자는 "지금은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시기"라며 "그나마 원브랜드숍은 모든 제품군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형태의 뷰티숍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H&B 스토어 부츠는 지난 6월 신촌에 14호점을 냈다. 부츠는 일부 매장에 약국과 함께 입점돼 있어 외국계 H&B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한국형 세포라로 불리는 신세계의 시코르도 지난 6월 말 용산 아이파크몰에 13호점을 열었다.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체인 '세포라'도 내년 한국 입점이 확실시 된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아리따움에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구상하고 있다. 경쟁 심화는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시장이 커지는 단계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계속해서 경쟁이 심화될 경우 그때는 업계서도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H&B 스토어 개수는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출처/각 사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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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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