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유통업계가 AI(인공지능)쇼핑 시대를 앞두고 R&D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은 최근 유통 혁신을 위한 자체 기술 개발과 전담조직 인력을 꾸리는 등 과감한 투자에 한창이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과거 방식의 유통 사업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AI'를 방점으로 한 사업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스타필드 하남에 등장한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 사진/신세계
롯데그룹은 최근 계열사 롯데정보통신을 증시에 상장시켰다. 롯데는 아마존이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아마존 고 등 혁신 기술을 개발해낸 것처럼 롯데정보통신을 롯데의 4차 산업혁명 기술 허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롯데백화점의 채팅 로봇 '로사'는 롯데 AI 서비스의 대표적 사례다. 롯데백화점 스마트폰 앱에서 로사는 소비자와 채팅을 주고받으며 상품을 추천하고 매장 안내를 돕는 기능을 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롯데정보통신과 함께 무인 매장 상용화에 나섰다. 계산대에 직원이 없는 편의점으로, 점포에 들어갈 때 본인 인증을 하고, 상품 진열대 전자가격표를 통해 상품 가격을 원격으로 바꿀 수 있다. 간단한 인사말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AI 결제 로봇 '브니'도 선보였다.
롯데제과는 AI를 본격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수요량을 예측한다. 최근엔 약 2년간 개발해온 AI 트렌드 예측 시스템 '엘시아'를 본격 도입했다.
신세계그룹도 AI 기반 유통 서비스 개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주도한 전문가 집단 'S-랩'이 핵심 개발조직이다. 올 4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선보인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 5월 이마트 성수점 수입맥주 코너에 배치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 등이 모두 S랩에서 주도한 작품이다. 신세계는 IT를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을 더 효율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 IT 계열사 신세계I&C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삼성동점에 첨단기술을 적용했다. 신세계 간편결제 SSG페이 앱을 통해 상품 바코드를 소비자가 직접 찍으면 결제까지 된다. 계산대 캐셔가 필요없는 무인 슈퍼다.
신세계 이마트는 서울대학교 바이오지능연구실과 AI 기술 분야 연구협약을 맺기도 했다. 양사는 유통 부문에 적용할 AI 기술과 미래형 유통 매장에서 활약할 자율주행 로봇 등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의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와 손 잡고 클라우드 및 무인화 기술을 유통계에 도입한다. 소비자 선호도와 구매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실시간 분석,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만든다는 청사진도 그려놨다.
현대백화점은 AI와 가상현실(VR) 기술을 융합,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전달하는 '무인 매장'을 구축할 계획이며, 이 기술은 현대백화점이 2020년 서울 여의도에 설립 예정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에 첫 적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상품에 마진을 붙여서 판매하는 과거 유통사업으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며 "AI 쇼핑 시대를 앞두고 오프라인 사업에서 얻은 노하우와 IT 기술까지 접목한 R&D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