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최기철 기자] 과거사 피해 사건 중 '권위주의 통치'시 발생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등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민의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산정에 민법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30일 군사정권시절 경찰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유죄 선고를 받은 피해자들이 "민법 166조 제1항, 국가재정법 제96조 2항 중 중대한 인권 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소멸시효가 적용되도록 규정한 부분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일부 위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은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누명을 씌워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소속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했으며, 사후에도 조작·은폐함으로써 오랜 기간 진실규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사건들은 ‘사인간 불법행위’ 내지 ‘일반적인 국가배상’ 사건과 근본적 다른 유형에 해당된다"며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하여 과거사정리법에 규정된 위 사건 유형에 대해 일반적인 소멸시효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가 소속 공무원들의 조직적 관여를 통해 불법적으로 민간인을 집단 희생시키거나 장기간의 불법구금·고문 등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유죄판결을 하고 사후에도 조작·은폐를 통해 진상규명을 저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법행위 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보호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발생한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지도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그렇다면 심판대상 조항은 소멸시효제도를 통한 법적 안정성과 가해자 보호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합리적 이유 없이 사건 유형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해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청구인들은 1985년 경찰로부터 불법 체포, 구금 및 고문 등을 당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2007년 재심 청구로 무죄 판결이 확정됐고, 형사보상청구를 통해 보상결정을 받았다.
이들은 2010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하자 민법 제166조 제1항,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등에 따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소멸시효가 적용되도록 규정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재
최영지·최기철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