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허용될까…법조계 "사법농단 불거진 지금이 적기"

'헌재 4심론' 비판 있지만 "재판이 잘못됐다면, 그냥 둬서 되겠는가"

입력 : 2018-08-29 오후 5:03:44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가 30일 결정된다. 대법원 확정판결이더라도 사실상 헌재에 '4심' 판단을 요구할 여지가 생길지 주목되는 가운데 일부라도 헌법소원할 수 있게 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 헌재법 제68조 제1항이 국민의 재판청구권·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린다. 이외 개별적으로 "법원 판결이 헌법을 위반했다"며 낸 다수의 헌법소원 사건도 헌재 결정을 기다린다.
 
그간 헌재가 이미 위헌결정을 내린 법령을 법원이 적용했으면 위헌소원 대상이 된다는 한정위헌 결정이 있었으나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했다. 이번에 조항 자체가 위헌으로 결정되면 확정된 대법원 판결이라도 위헌성 여부를 헌재에서 다시 심리할 수 있게 된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과 달리 심사하게 될 여지를 남겨 사실상 최종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헌법을 강의하는 서울 지역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권력 분립 차원에서도 헌재의 '재판소원'을 허용할 경우 논란의 여지가 많다. 대법원과 헌재가 서로 영향받지 않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재가 최종 권한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학계와 법조계는 재판소원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어느때 보다 만만치 않다. 지방 국립 로스쿨에서 헌법을 강의하는 한 교수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으로 그 어느 때보다 법원에 대한 개혁 요구가 높은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소원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헌재가 한정위헌 외에 더 나아간 판단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헌재 헌법연구관을 지낸 한 변호사도 "한정위헌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는데 그렇게 되면 사실상 재판소원을 인정했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이후 실질적으로 헌법소원으로 가는 재판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헌재가 대법원에 이어 사실상 4심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논리 비약이고 법원 측에서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정말 잘못된 법원 판결이 있으면 국민을 위해 해야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전 헌재 헌법연구위원이었던 서울지역의 한 로스쿨 교수도 "3심이든 4·5심이든 심리를 얼마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보를 역임한 지방의 한 로스쿨 교수도 "우리와는 다르지만, 독일의 경우 법 자체가 헌재를 최우선 하고 있다. 우리도 대법원 판결에도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전체가 아니더라도 일부에 대해 위헌소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헌재 결정은 기속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헌재는 양승태 사법부 당시 대법원이 내린 주요 과거사 판결 세 가지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도 처리한다. 먼저 박정희 정부 긴급조치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청구를 패소시킨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심판한다. 긴급조치는 헌재와 대법원에서 위헌결정이 났다. 또 군사정권 가혹행위·간첩조작 등 과거사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줄인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과 민주화보상법 보상금 지급받은 사람은 국가와 화해 성립된 것이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결과도 나온다.
 
이외에 변호사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잘못돼 이를 취소해달라며 대한변호사협회가 낸 헌법소원에 대한 결론도 이날 나올 전망이다. 앞서 이율 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은 즉시 폐기돼야 한다며 무효 판결이 위헌임을 확인받기 위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으나 헌재는 최근 이를 각하했다.
 
이진성(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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