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재계에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 다시금 화두다. "연내 인상은 없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물러난 가운데,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폐지와 맞물려 산업용 전기료 인상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 주장의 배경에는 현재 공급가격이 가정용 전기료보다 싸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산업용 전기료의 공급원가 구조상 오히려 인하 요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틸코리아 행사에서 김대욱 숭실대학교 교수는 "산업용 전기료는 현재 모든 종별 요금 가운데 원가회수율이 가장 높다"며 "향후 제도는 원가에 충실한 기준으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 경우 공급비용이 낮은 산업용 전기료는 인하 요인이 클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원가회수율이란 공급 원가 대비 판매가격을 나타낸 지표로, 100% 이상이면 적정 수준보다 전기료가 비싸다는 의미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발전 원가와 송·배전 원가, 영업 원가를 모두 반영한 한국전력공사(한전)의 평균 전력공급 원가는 2016년말 기준 103.25원/kWh로 집계됐다. 산업용은 93.79원/kWh으로 평균보다 원가가 낮았다. 평균 전력 판매 단가는 111.23원/kWh으로 공급 원가에 비해 7.98원/kWh 높았는데, 산업용의 경우는 공급 원가보다 13.32원/kWh 높은 107.11원/kWh로 평균보다 원가회수율이 양호했다. 가정용과 산업용의 원가회수율을 비교해보면 산업용이 114.20%인데 비해 가정용은 106.93%였다.
한국전력 검침원이 전기 계량기를 검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가 가정용(121.52원/kWh)에 비해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용 전기료가 84% 인상된 반면 가정용은 1.1%만 오른 점을 지적한다. 철강업체 한 관계자는 "전기료 원가는 일반 기업의 원가 개념과 달리 적정 이윤과 법인세까지 포함된 총괄원가로서, 산업용 전기료는 이미 적정 수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전쟁 등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 전기료 인상은 산업계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기간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제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산업 평균 1.8%에 불과해 전기료 인상시 부담이 적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기료 비중이 1.7%인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큰 국내 산업 구조에서 비롯된 착시다. 세부 업종을 보면 전기로 철강사 등 열처리업이 35.6%로 가장 높고 시맨트업 18.9%, 주조업 16%, 금형업 14.5%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은 이른바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에 해당한다.김대욱 교수는 "산업용 전기료 인상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요금의 절대적인 수준 외에도 공급 원가를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