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2심서 무기징역 감형…법원 "사형 가혹"(종합)

재판부 "피해자 부모 통한 헤아리면 무슨 말 해야 할지 참담"

입력 : 2018-09-06 오후 4:24:03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여중생 딸 친구를 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김우수)는 6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간등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실형과 함께 20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정보통신망을 통한 정보공개를 명했다. 이영학의 말을 듣고 사망한 피해자 A양을 유인하고 시신을 함께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씨의 딸 이모양은 1심과 같이 장기 6년에 단기 4년을 선고받았고 이영학의 보험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이영학의 친형 이모씨도 1심과 같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처음 피해자를 유인·추행·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까지가 모두 치밀하게 준비·계획·시행됐다고 볼 수 없고 살인 범행은 우발적으로 이뤄졌다"며 "범행 직전 피고인이 정신 불안과 성적 욕구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비정상적 심리 상태에 있었던 점, 피고인의 살인범행 재발 우려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없는 점, 피고인이 어릴 때 장애 치료 등으로 중등 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점, 어려서부터 정서적으로 열악한 상태로 일반인과 달리 왜곡된 가치 체계를 가지게 됐고 재판 과정에서 미약하게 남아 이를 바로잡으려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죄가 사형에 상응할 수 있다는 면만 보고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 사회적으로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만, 교화 가능성을 부정해 사형에 처할 정도로 보이지는 않으므로 1심 양형이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 부당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원은 "어린 나이의 피해자는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허망하게 이영학에게 살해됐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인해 추행하고 살해한 뒤 유기하는 과정이 드러났을 때 피해자 부모 등이 느꼈을 가슴 속 먹먹함과 통한을 헤아려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법원으로써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담하다"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피고인의 범행을 응당 사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사형의 특수성을 생각해야 하고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형 선고의 전제 조건이 충족됐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봤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30일 딸과 공모해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여 추행한 뒤 이튿날 A양을 목 졸라 살해했다. 또 딸과 함께 강원 영월군 한 야산에 A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영학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내 최모씨에 대한 상해·성매매알선 혐의, 딸의 치료비로 쓴다며 후원금을 모집한 뒤 치료비로 쓰지 않은 혐의(사기)·보험사기 혐의 등도 받는다.
 
1심은 지난 2월 "피고인은 변태성욕 성향을 동반한 변태성욕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망한 자기 처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 약자에 대해 동등하게 보지 않고 성적욕구 해소 대상으로 봤다.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죄책감, 반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딸 이양은 징역 장기 6년에 단기 4년, 이영학의 친형 이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지난해 10월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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