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진정성을 천명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까지 비핵화를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북미 대화에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부조율 과정에서 중재역할을 자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도 더욱 막중해졌다.
특사단의 가장 큰 방북 목적은 제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일정·의제 조율이었다. 이와 함께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대화에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 과제였다. 북미 양국이 이를 필요로 한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6일 기자들을 만나 “어제(5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치프 네고시에이터(Chief Negotiator·수석 협상가) 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50분 간의 통화 말미에 “특사단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그 결과를 자신에게 알려달라”는 요청도 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대북 강경파가 ‘북한이 핵 폐기에 나서기 전까지 어떠한 양보도 해서는 안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중임에도 현 북미 간 교착상태를 해결할 마음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청와대도 이번에 방북한 대북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상인적 감각과 지난 수 십 년간 클린턴·오바마·힐러리가 해결하지 못한 북핵 문제를 내가 해결하고 있다는 우월주의와 자신감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김 위원장의 반응 역시 특이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를 공언한 것은 미 외교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얼마 전까지 주장했던 것에 화답하는 모양새로도 보인다. 이를 기회로 삼아 우리 정부의 중재노력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이날 저녁 볼턴 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한편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다른 주변국과의 대화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당초 취소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다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특사단 방북 전인 3일 페이스북에 “폼페이오 장관의 조기 방북과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진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점을 놓고 3차 남북 정상회담 후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문 대통령이 먼저 (평양에) 가서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에) 나오도록 만들고, 미국도 나오도록 해서 접점을 만든 다음 폼페이오가 공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주도하도록 하고 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먼저 북한을 설득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에, 중재자가 먼저 들어가 접점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한동안 북미 사이에 이견이 계속되던 연내 종전선언 체결 동력이 생길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인도네시아 최대 일간지 콤파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상들 간의 합의를)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며 “신뢰 구축의 실질적 단계로서 종전 65주년인 올해 한반도에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는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도 “종전선언은 이미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실현하기로 합의한 바가 있다”며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관련국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한, 또 여기에 필요한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도 이러한 우리의 판단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