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압박이 다시 시작됐다. 현대모비스 AS 사업부문과 현대글로비스 합병안을 무산시킨지 3개월여만이다.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14일 서신을 보내 모비스의 AS 사업부문과 현대자동차를 합병하고, 남은 모비스 사업부문을 글로비스와 합병하라고 요구했다.이는 기존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합병안에 반대하면서 요구했던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엘리엇은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논의할 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뉴시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단, 지배구조 개편을 엘리엇과 단독으로 의논하는 게 법에 저촉된다. 자본시장법은 기업의 중요 사안을 특정 주주에게만 알려주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또 현대차와 모비스의 합병은 지주사 전환을 의미하는데,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추진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아울러 엘리엇의 요구대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 현대차그룹의 당면 과제인 순환출자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지 못한다.
현대차그룹에는 총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한다. 가장 복잡한 고리는 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로 얽혀 있다. 모비스→현대차→글로비스→모비스, 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모비스로 이어지는 고리도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모비스를 인적분할 후 정 부회장 소유 글로비스 지분으로 기아차 소유 모비스 지분(16.88%)을 확보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소유하지 않으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 시장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당한 여건과 최적의 안이 마련되는 대로 절차에 따라 모든 주주들과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안에 수정된 계획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해외 기관투자자 IR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공식 언급하기도 했다. 계열사들의 해외 기업설명회도 지속하고 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