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지난 여름은 제19호 태풍 '솔릭'과 집중호우가 몰리면서 태양광 시설이 대규모로 파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대체로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태양광 시설 38만개 중 파손된 것은 5개에 불과해 '태양광 위기론' 내지 '태양광 자연재해 취약론'이 과장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기상이변이 점점 더 심해지고 태양광 시설이 증가세인만큼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에 따른 움직임도 명확해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베란다형 태양광'의 사고 방지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급증'하는 베란다형 태양광…강해지는 태풍
9일 서울시·경기도·인천시 등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공동주택에 설치된 베란다형 태양광은 모두 6만2484가구다. 이 중 서울에 있는 시설은 모두 5만8758가구인데, 올해 초부터 지난 6월까지 새로 설치한 가정만 2만6807가구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경기도 역시 베란다형 태양광 2692가구 중 1686가구가 올해 설치됐다.
이처럼 베란다형 태양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온난화로 인해 태풍도 점점 강해지는 추세라 아파트를 덮칠 경우 사고가 커질 우려가 있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지난 1937년부터 작년까지 한반도로 온 태풍 중에서 최대 순간풍속 상위 10개 중 7개가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여기에 솔릭은 최대 순간초속 62m를 기록해 2003년 60m로 1위였던 '매미'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시 "태양광 내구도 높여야"vs전문가 "현재로도 충분"
이와 같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베란다형 태양광의 파손 사고를 막기 위해 태양광 내구도를 높여야 하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도 낮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체로 베란다형 태양광은 국내에서 시험이 가능한 최대 속도인 초속 50m의 풍압을 견디도록 설계된다. 국토교통부 건축구조기준이 서울의 기본 풍속을 초속 26m, 인천 28m로 규정하고 가장 높은 제주도도 44m에 지나지 않아, 현재 베란다형 태양광은 정부 기준보다 더 단단한 셈이다.
서울시는 올해 초 초속 50m보다 더 빠른 바람으로 태양광을 시험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다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풍속 시험을 담당하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및 건축구조기술사 등은 현재 시험으로도 내구도가 충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는 수긍했지만 이제 초속 62m인 솔릭이 왔으니 사정이 달라졌다"며 "더 강한 바람으로 풍속 테스트를 해야하는지 전문가들과 다시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치 기사 마음대로…객관적인 기준 필요"
내구도를 늘리는 방안은 논란이 되지만, 태양광의 설치 기준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은 공감을 많이 얻는 편이다. 지자체들은 베란다형 태양광을 설치할 때 난간의 부실 여부를 설치 기사에게 판단하게끔 한다.
설치 기준이 전국에서 자세한 편인 서울시조차도, 아파트 준공 연도가 10년 이상이면 설치 기사가 난간에 하중을 가하거나 흔들어 이상이 있으면 설치하지 말 것을 규정했다. A 태양광 보급업체의 관계자는 "똑같은 기사라도 설치할 때마다 가하는 힘이 다르고, 나이에 따라 힘의 차이도 나기 때문에 기준이 애매하다"며 "현재까지는 비용 문제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태풍이 강해지고 기상이변이 빈번해진만큼 좀더 정밀하고 비용적으로도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일 서울 도봉구 한 아파트의 베란다형 태양광.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