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암초 만난 '특수학교 설치 합의'

장애학생 학부모 "철회하라"vs조희연 교육감 "일반학교도 민원 들어줘"

입력 : 2018-09-05 오후 3:09:54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교육청과 지역주민, 정치권의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합의문이 하루만에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학부모들은 특수학교가 한방병원의 대가가 된 점을 모욕적으로 느끼고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 학부모들은 5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 모여 전날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3자 합의를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부모들은 성명문을 통해 "이미 공사에 들어간 특수학교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설립을 협조받는다는 것은 어이없는 발상"이라며 "이번 합의는 마치 의무교육기관인 특수학교가 기피시설인 듯한 인식을 더 강하게 심어주고, 앞으로 설립 때마다 대가를 지불하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외쳤다.
 
원래 이날은 오전 10시 시교육청 건물에서 조 교육감과 학부모, 교육 관계자 등의 특수교육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으나, 학부모들은 간담회 참석에 앞서 조 교육감과 20분 가량 회의실에서 비공개 면담했다.
 
문 밖으로는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석자에 따르면, 시교육청이 학부모에게 합의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조 교육감은 책임을 언론과 실무진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학부모 이모씨는 "저희가 합의문에 참담한 심정을 느낀 건 언론의 잘못이고, 저희가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건 아래 실무자 잘못이면 교육감님 잘못은 없느냐"고 따졌다.
 
조 교육감은 "이렇게 느낄 줄 몰랐고, 소통을 못해 죄송하다"며 "일반학교도 설립하려면 민원 사항을 들어주게 마련"이라고 해명했다. 합의문을 철회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은 채, 다음주 학부모들에게 제반 사항을 설명하기로 하고 면담을 끝냈다.
 
이어 간담회 자리에서는 "강서 특수학교 건립은 확실하나, 설립 이후에도 지역 사랑을 받으면서 많은 주민의 보금자리가 되느냐가 문제"라며 "이번 합의에 대한 제 진정성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 교육감, 김 원내대표, 손동호 비대위원장의 합의안은 강서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터에 예정대로 특수학교를 짓되, 지역 주민이 원하는 한방병원의 경우 시교육청이 대체부지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5일 오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전날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3자 합의문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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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