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해용, 자료 파쇄"…검찰 "엄정한 책임 묻겠다"(종합)

법원 세 차례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이 증거 인멸

입력 : 2018-09-10 오후 10:05:2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대법원 내부 기밀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이 본인이 가지고 있던 대법원 근무 당시 자료를 없앴다고 법원행정처에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식을 들은 검찰은 강력히 반발했다.
 
법원행정처는 10일 "오후 6시 무렵 유 전 연구관에게 전화해 보관하고 있는 보고서 등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대법원에서 근무할 때 취득한 자료 등의 목록을 작성해 제출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했다"며 "유 전 연구관은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된 다음 새로운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기각된 뒤인 지난 6일 출력물 등은 파쇄했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 버렸다는 등의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시간 뒤 유 전 연구관에게 다시 전화해 위와 같은 사실을 검찰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 뒤 오후 8시10분 서울중앙지검에 통화의 자세한 경위와 내용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관계자는 "유 전 연구관의 자료 파쇄 관련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다.
 
앞서 검찰은 이날 오후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세 번째 기각됐다고 법원을 비판했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유 전 연구관이 김모 수석연구관으로부터 통진당 소송 관련해 받거나 작성한 자료를 제외하고 사실상 압수수색 영장을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모두 기각했다"며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재판자료를 반출, 소지한 것은 대법원 처지에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행위나 죄가 되지 않는다', '유 전 연구관이 소지한 자료를 수사기관이 취득하면 재판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 '징용소송, 위안부 소송, 전교조 소송에서 법원행정처 문건이 재판의 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기각 사유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실정법 위반으로 수사돼야지, '대법원의 입장에서만'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다. 사실관계 확정도 전인 압수수색 단계에서 어떠한 죄도 안된다고 단정하는 영장판사의 판단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영장판사 판단대로라면 '수사기관이 취득하면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고, '민간 변호사가 취득하는 것'은 아무런 죄도 안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은 불법반출로 이루어진 것이고, 수사는 그 진실과 책임소재를 가리자는 것인데 어떻게 그런 순환 논리로 수사를 무조건 막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재판과 관련한 어떤 불법이 있더라도 수사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며 "이미 징용, 위안부, 전교조 소송에 대해 청와대, 외교부, 고용부 등과 법원이 협의한 것이 상당 부분 확인됐는데 지금에 와서 이런 식의 판단을 하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무엇보다 이런 최종적인 본안 판단을 압수수색영장을 심사하는 판사가 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 무단반출 자료는 무단반출 범행과 통진당 소송 개입, 징용소송 개입, 전교조소송 개입, 박채윤 소송 개입 등 다수 중대 혐의에 대한 주요 증거이므로, 추가수사를 거쳐 자료를 더 보강해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청구해 확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연구관은 변호인을 통해 "특허법원으로부터 상대방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의 수임내역 등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고 소관업무 자체가 아니다"며 "통진당 사건과 관련해 해당 문건을 대법관이나 담당 연구관에게 전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고 이 내용은 대법원도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근무 당시인 2016년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에 관한 의견' 문건 등을 건네받고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의료진 관련 특허소송 기록을 수집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건넨 혐의를 받는다. 또 올해 2월 대법원을 퇴직하며 대법원 내부 기밀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의혹도 받는다. 9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대법원 기밀 유출’ 혐의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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