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의 기업인 방북길…"마음의 벽 허물어졌다"

리용남 면담·양묘장 방문…화기애애한 분위기 이어져

입력 : 2018-09-20 오후 6:04:01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했던 17명의 경제인들이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0일 오후 서울로 귀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변화된 북한의 모습을 직접 보고 느끼며 향후 사업에 대한 구상도 그렸다. 
 
경제인들의 일정은 정상회담 첫 날인 18일 이른 새벽부터 시작됐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시작으로 구광모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재용 부회장 등이 집결지인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최태원 회장을 마지막으로 경제인들을 태운 버스는 성남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평양으로 이동하는 공군1호기 안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등 경제인들이 서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18일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평양공동취재단
 
평양에 도착한 경제인들은 북한의 경제 실세인 리용남 내각부총리를 만났다. 경제인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 심리적으로 거리가 상당했다"(박용만 회장),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뵙고 하니까 (편견이 사라졌다)"(이재용 부회장), "11년 만에 오니까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최태원 회장) 등 북한을 방문한 소회를 전했다. 리용남 내각부총리 역시 "평화 번영을 위한 지점이 같아 구면인 것 같다"며 환영 인사를 전했다.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이 1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 면담에 참석해 있다. 사진/평양공동취재단
 
방북 이튿날인 19일에는 황해북도 송림시에 있는 조선인민군 122호 양묘장을 찾았다. 이곳은 지난 2015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현대화가 이뤄진 북한의 대표적 양묘시설이다. 산림 협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포함돼 있지 않은 만큼 남북경제협력의 입구로 삼기 적절하다. 같은 날 발표된 평양공동선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산림 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합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을 방문한 그룹 중에서는 SK에 산림사업을 하는 계열사 'SK임업'이 있으며 삼성과 LG는 각각 용인의 자연농원, 곤지암의 화담숲을 조성한 경력이 있다. 이후 경제인들은 평양 시내의 소학교와 평양교원대학을 찾았다. 교육 분야 역시 대북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한국 대기업들의 인재 양성 노하우를 얻고 싶어하는 북한의 숨은 뜻을 엿볼 수 있다.
 
19일 낮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 및 수행원 오찬에 앞서 최태원 SK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 회장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사진/평양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등 특별수행원들이 20일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평양공동취재단
 
경제인들은 연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 방북 일정들을 이어갔다.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인사들이 함께한 만큼 친목을 다지는 기회로도 적합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평양 옥류관에서의 오찬을 앞두고는 대동강변에서 삼삼오오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 때 일정 내내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최태원 회장이 11년 전 방북때와 마찬가지로 '사진사'를 자청했다. 경제인들은 방북 마지막 날인 20일 깜짝 일정으로 성사된 백두산 트래킹에도 함께 나섰다.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도 사진을 남겼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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