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 대신 시장경쟁에 맡겨야"

4일 국회서 보편요금제 등 가계통신비 정책 토론회 개최
국가주의적 통신정책 사업자 경쟁력·이용자 후생 후퇴시켜
일각에서는 통신비 인하 선행될때까지 일정 규제 필요하다고 강조

입력 : 2018-10-04 오후 4:35:29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보편요금제 등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조성해 통신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주의적 통신정책으로 사업자 경쟁력과 이용자 후생 모두 후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따라 정부가 제출한 보편요금제 관련 법안 통과가 요원한 상황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적 통신정책 한계와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현 정부는 규제혁신을 강조하면서도 가계통신비와 관련해서는 기업에게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요하는 등 국가주의식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규제혁신을 저해하는 정책 전반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보편요금제는 현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내용에 담겨 있다. 현재로서는 월 2만원대 요금제에 데이터 1GB, 무료 음성 200분을 제공하는 요금제가 제시되고 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게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시키고 KT, LG유플러스도 따라오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의도다.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적 통신정책 한계와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이지은기자 
 
시장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요금 규제는 통신시장이 데이터 중심의 통합적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는 "과거 통신이 전부였던 시절에는 규제가 많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통신이 거대한 플랫폼의 하나에 불과하다"며 "과감하게 과거의 규제에서 벗어나 타 산업과 경쟁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도 통신요금 정책에 대해 경쟁 활성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부 주도의 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했을 때 보다 신규 사업자가 진입했을 때와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알뜰폰(MVNO) 도입 이후 사업자 수 증가에 따라 요금 하락이 이뤄졌으며, 프랑스도 규제보다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해 통신비가 인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패널 상당수가 규제보다는 경쟁을 통한 통신비 인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진욱 한국IT법학연구소 부소장은 "기계적으로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제할 경우 통신망 고도화를 위한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인해 자칫 국내 통신망 수준을 떨어뜨리게 되고, 이는 결국 융합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내 구성주체인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모두의 피해로 귀결된다"며 "민간의 자율혁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장의 여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도훈 경희대학교 교수도 "규제와 정책은 공급생태계를 교란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사후적으로 적용돼야 효과적이며, 개입할 경우에도 특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통신요금이나 원가 등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보편요금제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보편요금제의 출현은 기업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비싼 단말기 가격과 요금 구조가 정상화될 때까지 일정 규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투자비를 뽑은 2G나 3G의 경우 요금을 더 내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이통사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영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 과장은 "국내 저가(3만3000원)와 고가(6만9000원) 요금제의 요금차이는 2.1배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1.2GB와 100GB로 83.3배에 달하고, 제공량 차이를 요금차이로 나눈 차별수준은 40으로 이는 호주(1.5), 독일(10), 일본(11.6), 미국(52.7) 등 주요 국가에 비해 매우 높다"며 보편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과장은 "저가요금제를 개선해 차별 수준을 낮춰 국민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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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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