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임금 협상 앞두고 긴장감 높아져

노조 "3년째 동결, 삭감..이번엔 올려야"
사측 "경기 회복 확인 안돼"

입력 : 2010-03-24 오후 4:54:22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4월부터 시중은행 임금 협상이 예정되면서 노사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3년째 동결이니 이번엔 꼭 올려야 한다' 는 노조쪽 주장과 '경기회복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여기에 은행 인수합병(M&A) 문제까지 겹쳐 고용불안 우려까지 나오면서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무겁다. 
 
◇ "이번엔 올려야" VS "경기회복 멀었다"
 
지난 2008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은행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후 국책은행 임원 연봉이 삭감됐고 시중은행 임원들도 덩달아 연봉을 삭감하거나 반납했다.
 
정부는 지난해 은행권 임금단체협상에서 국책은행에 임금 삭감을 요구했고 시중은행에는 '임금을 반납해 인턴 채용 등을 늘리라'고 압박했다. 정부 개입 논란으로 협상은 결렬됐지만 결국 은행권 노사는 5% 안팎의 임금 삭감 및 반납에 합의했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올해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다.
 
금융노조는 지난주 상임 간부회의를 열어 교섭 전략 등을 정하고 다음달 7, 8일 대표자 회의 등을 거쳐 교섭 안건을 정하기로 했다. 이어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 목표를 작년에 세웠던 3% 이상으로 정할 방침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3년간 임금을 동결, 삭감했기 때문에 올해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작년처럼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으로 협상이 틀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더 이상 개별기업의 임협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이다. 
 
하지만 사측의 입장은 다르다. 아직까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경기가 완전히 회복된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며 "올려놓고 또 경기가 나빠지면 다시 임금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은행권은 작년에 실시했던  '연차 강제사용'을 올해에도 계속하기로 했다. '재충전'이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인건비 절감'이 목적인 셈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연차휴가를 10일 이상, 우리은행은 1분기내 3일이상 쓰도록 했다. 외환은행은 올해 임금동결 대신 의무사용일을 13일로 늘렸다.
 
시중은행의 차장급 직원은 "연차로 쉬면 연차수당을 못 받기 때문에 집에서 눈치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지난해에도 한창 바쁜 연말에 강제로 쉬게 해 평일날 처리해야 할 업무량은 늘고 수당이 줄어 불만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 '은행권 M&A', '신입 연봉삭감'도 문제
 
은행권 '짝짓기'도 넘어야 할 산 가운데 하나다. 지난 17일 금융노조의 'M&A 통한 민영화 및 대형화의 문제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간 인수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예상되는 구조조정 인원만 1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됐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 간 합병을 하면 점포 통폐합 등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고용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작년에 20% 임금 삭감을 당하며 입사한 신입사원 연봉도 문제다. 기본 연봉이 작기 때문에 선배들과 같은 비율로 인상된다고 해도 격차는 더 벌어진다.
 
거기에 신입사원이다보니 노조가 신경 써주지 않는 이상 '큰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지난해 10월 시중은행에 입사한 한 신입사원은 "연수끝나고 영업점에 바로 들어와 바쁘게 일하다보니 임금협상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주위에선 은행 다닌다고 부러워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과도한 임금을 받진 못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신입사원 연봉의 경우 이대로 두면 조직 내 갈등이 커질 수 있어 인상율을 차등화해 정상화 해야한다"며 "그러나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차등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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