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채권발행시장(DCM) 위주의 투자은행(IB) 매출로 인해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에 KB증권이 하반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공개(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에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증권사의 주관 실적은 KB증권이 31조400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은 신한금융투자 20조원, NH투자증권 19조원, 한국투자증권 16조원, 부국증권 14조6000억원 순이었다.
증권사 IB 부문에서 발행시장은 IPO, 유상증자, 외화증권 등의 발행을 담당하는 ECM(주식발행시장)과 국공채와 금융채, 회사채, 기업어음 등을 발행하는 DCM 시장으로 양분된다. 두 시장의 성격이 다른 만큼 DCM보다는 ECM 시장의 수익률이 높다.
KB증권은 전통적으로 DCM의 강자다. KB증권은 상반기 회사채 28조5000억원, 국공채와 금융채 2조2000억원 규모의 발행 주관을 맡아 전체 주관사 실적의 98%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주관사 실적이 높은 신한금융투자도 87%가 DCM 매출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계 지주사를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는 관련 인프라가 많아 전통적으로 DCM에서 강하다"며 "DCM은 레코드가 쌓이는 게 중요한데 이미 쌓여있는 레코드가 많은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ECM에 비해 DEM의 수익률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반기 수수료 수입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333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입을 거뒀다. KB증권은 265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NH투자증권 218억원, DB금융투자 200억원, SK증권 157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KB증권이 하반기 가장 많은 대표주관사 실적을 거뒀지만 수수료가 낮은 DCM 매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KB증권의 ECM 실적 중에 IPO와 외화증권 실적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유상증자 7000억원이 전부였다. 반면, 대형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은 1223억원, NH투자증권은 1122억원의 IPO 실적을 기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IPO와 채권발행은 성격이 달라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금액별 수수료는 IPO가 훨씬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형 증권사라고 하더라도 IPO 실적을 갑자기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상반기에는 부진했지만 하반기 IPO에 집중해 올해 7~8곳의 IPO 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도 다수 딜을 보유했음에도 주관 실적을 올리지 못한 탓에 위기감이 컸다. 하지만 수면 아래서 준비하던 딜이 잇따라 닻을 올리고 있어 반등을 예고했다.
KB증권 관계자는 "기존에 강점이었던 DCM에 이어 IPO를 중심으로 한 ECM에서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 IPO 시장에서 더 많은 건의 대표 주관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