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최근 우리나라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으로 인해 내수 흐름이 정체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정부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용시장 지표.자료/KDI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경제동향 10월호'를 통해 "조업일수 등 일시적 요인을 감안할 때 수출은 반도체를 위주로 양호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고 고용도 부진하다"고 밝혔다. 이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기계류와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취업자 증가폭도 미미한 가운데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경기 하강에 방점을 둔 분석으로 풀이된다.
가장 시급한 건 일자리다. 8월 기준으로 실업자수는 113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99만9000명보다 13만4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4.0%로 같은 기간 3.6%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계절 조정 기준으로 봐도 4.2%로 전월(3.8%)보다 0.4%포인트 늘었다. 고용률도 하락하고 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0.9%로 전년동월(61.2%)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계절조정 기준으로도 60.4%로 전월(60.5%) 대비 0.1%포인트 낮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7%로 전월(9.6%) 대비 1.1%포인트나 증가했다.
고용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정보 웹사이트 '워크넷'을 보면 9월 신규 구인 인원은 16만8000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30.2% 줄었다. 기업이 고용을 줄였다는 의미로, 고용 시장은 당분간 더 악화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르면 다음주 일자리 대책을 발표키로 했다. 김 부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고용산업 위기지역 간담회에서 "정부가 그간 위기지역에 대해 추가경정 예산과 목적예비비 등의 지원을 했지만 아직 현장 체감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르면 내주 고용 관련 중기·단기 대책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 뿐만 아니라 기업 투자 여건 및 물가 안정도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설비투자도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설비투자는 전년동월대비 운송장비가 8.3%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류(-18.1%)가 큰 폭으로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11.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건설기성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건설투자가 감소세다. 8월 건설기성(불변)은 전월과 동일한 -6.2%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건설수주(경상)도 건출부문과 토목부문 모두 줄면서 -32.1%를 기록했다. KDI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도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9월 소비자물가는 일시적인 농산물가격 상승 및 전기료 인하 종료 등으로 전월(1.4%)보다 높은 1.9% 상승했다. 서비스물가는 공공서비스와 개인서비스 모두 전월과 유사한 상승세를 보이며 1.4% 상승했고, 근원물가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2%,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0% 올랐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0.1%)대비 0.30%로 상승세로 전환됐고, 전세가격도 하락폭이 같은기간 -0.31%에서 –0.13%로 축소됐다.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99.2)에 비해 상승한 101.7을 기록해 기준치(100)를 소폭 상회했지만, 올 상반기(106~110)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해당 지수는 100보다 높을 경우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인 기대심리가 낙관적임을, 100보다 낮을 경우 비관적임을 뜻한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