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대기업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 회사들의 전체 내부거래 규모가 규제대상 회사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망을 벗어난 곳에서 일감몰아주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회사 320개의 내부거래 규모는 24조6000억원이다. 이는 규제대상 회사 13조4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액수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가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상장사(비상장사 20%)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지분율 20%~30% 구간 상장사(27개), 총수일가 지분율 20%~30% 구간 상장사의 자회사(91개), 사익편취 규제대상회사의 자회사(202개)는 규제대상이 아니다.
사각지대 회사의 계열회사 간 거래 역시 대부분은 일감몰아주기 형태의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다. 이들 회사의 계열사 간 수의계약 비중은 90.7%(22.3조원)로 오히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89.0%)보다 1.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규모 38조9000억원↑
지난 5월 기준으로 총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60개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11.9%로 집계됐다. 거래 금액은 191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조9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분석대상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이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 분석대상에서 제외된 자산규모 5조~10조원 미만 집단이 포함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상장사(8.1%)보다는 비상장사(19.7%)에서, 총수없는 집단(10.3%)보다는 총수있는 집단(12.1%)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거래 비중으로는 셀트리온이 43.3%로 가장 높았고, 중흥건설(27.4%), 에스케이(SK, 26.8%)가 뒤를 이었다. 금액으로는 에스케이가 42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31조8000억원), 삼성(24조원)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엘지, 한화 등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전년 대비 19조7000억원 증가한 142조원으로 비중은 0.8%포인트 증가한 13.7%를 차지했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20%이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5년 9%에서 2016년 9.4%, 2017년 11%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총수 2세의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은 총수일가 지분율에 비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총수 2세 지분율이 20% 미만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11.9%, 20% 이상은 20.1%, 30% 이상은 29.8%, 50% 이상은 30.5%, 100% 이상은 44.4%를 차지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내부거래 비중·규모 2년 연속 증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된 회사들의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도 모두 증가했다. 2년 연속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된 70개 회사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 대비 0.7%포인트 증가한 15%를 차지했고, 거래규모는 9000억원 증가한 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나아가 총수있는 상위 10대 집단 소속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는 전년 대비 비중과 금액이 각각 1.2%포인트, 7000억원 증가했고, 10대 미만 집단의 증가폭(0.5%포인트, 2000억원)보다도 크게 나타났다. 또 상위 10대 집단 소속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21.1%)은 10대 미만 집단 비중(6.6%)을 여전히 웃돌았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일원화 시급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보이듯 사각지대 회사들의 영위업종이 규제대상 회사와 유사하고, 수의계약 비중, 규모 등이 규제대상 회사를 웃돌기 때문에 관련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총수일가 지분율 상장·비상장 20%로 일원화하고 그 자회사까지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또 규제 대상회사의 자회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규제 대상회사보다 높고, 내부거래 규모(12.8조원) 역시 사익편취 규제대상회사 전체(13.4조원)의 95.5%에 육박해 모회사의 총수일가 주주에게 간접적으로 이익이 제공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사익편취 규제는 순환출자규제 같은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규제”라며 “합리적 고려 없이 자회사에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줘 발생한 이익이 모회사를 거쳐 총수일가에 직간접적으로 귀속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의 내부거래현황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