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회 국정감사 1주차가 마무리됐지만, 기대했던 '한방'은 없었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 여야가 보여준 모습은 고성이 오가는 정쟁과 파행의 연속이었다. 여야 모두 상대를 압도할 만한 국감 이슈를 조기에 만드는 데 실패하면서 벌써부터 맹탕 국감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역대 국감은 야당의 독무대로 불렸다. 야당 의원들의 대형 폭로로 여권에 쏠려 있던 정국 주도권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국감이 밋밋하게 전개된 이유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화력이 예전만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경우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해 전국 253개 당협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서면서 국감보다는 당내 사정에 대한 고민만 더 깊었다는 평가다. 바른미래당도 최근 한국당의 보수통합론 공세에 시달리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자극적인 소품을 동원한 보여주기식 관행도 여전했다. 정무위 소속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것이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을 하면서 벵골 고양이를 국감장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단순히 퓨마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 만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동물을 끌어들여 오히려 '동물학대'라는 역풍을 맞았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은 정부의 방송장악 실태를 알리겠다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 사전 예고 없이 암세포 사진을 활용한 대형 현수막을 가지고 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유명 인사들의 증인 및 참고인 출석은 화제가 됐지만 의원들의 질의는 내실이 부족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의 국감 출석은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논란이 병역 특례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았지만 준비가 덜 된 의원들의 질의로 오히려 선 감독의 주장만 설득력을 얻는 결과를 낳았다.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따지기 위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부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상대로는 지역 민원성 질의를 하기도 했다.
국감 때마다 반복됐던 상임위 파행 역시 되풀이됐다. 11일 교육위는 유은혜 사회부총리의 증인선서 문제로 정회가 반복됐고, 10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답변을 요청하며 집단 퇴장했던 야당 법사위원들이 1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 사면 검토' 발언을 둘러싸고 다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같은 날 정무위도 민주당 소속 민병두 위원장의 전 보좌진이 정무위 피감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채용된 것을 놓고 대립하며 일시 파행을 겪었다.
그럼에도 여야는 최근 3일간의 국감에 대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데 충실했다"고 자평했다. 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14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우리 당은 여당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를 엄호하지 않고 비판적인 입장에서 대안까지 제시하면서 국감에 임했다"고 밝혔고, 한국당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정책 중심으로 국민의 귀와 입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작년보다 더 야당다워진 모습으로 국감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국회 한 관계자가 14일 민주평화당의 2018년도 국정감사 종합상황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