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약가 협상 과정에서 공급중단 사태를 일으켰던 간암 환자용 조영제 '리피오돌'의 제조사 게르베의 한국법인 대표가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 올라 된서리를 맞았다.
11일 강승호 게르베코리아 대표는 복지위 국감에 일반증인으로 참석해 리피오돌 공급 중단 산태 및 의약품 안정공급 방안에 대한 질의에 나섰다. 강 대표는 첫 질문부터 사과를 요구받는 등 짧은 질의시간 동안 총 세차례에 걸쳐 사과를 하며 진땀을 뺐다.
리피오돌은 게르베가 개발한 간암 환자용 조영제다. 국내 간암 환자 대부분이 선택하는 색전술에 사용되며, 사용률은 90%에 달한다. 중증 질환 치료에 필요한 필수의약품으로, 국내에 리피오돌과 같은 용도로 사용될 마땅한 의약품은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게르베코리아는 지난 3월 약가 협상 과정에서 공급 중단 가능성을 내비치며 논란에 휩싸였다. 게르베 측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원료 수급의 어려움이었지만, 약가 협상을 두고 정부와 가격 격차가 컸던 만큼 희귀약 공급을 볼모로 약가를 협상하려 한다는 비난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당시 일부 상급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서는 물량 부족사태를 겪으며 환자 시술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당시 게르베가 요구한 약가는 26만2800원으로 기존 약가 5만2560원의 5배 수준이었다. 복지부는 결국 지난 8월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리피오돌 약가를 기존 금액 대비 3배 이상인 19만원으로 인상하며 사태를 매듭지었다.
공급중단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며 눈총을 샀던 만큼 첫 질의부터 질문이 아닌 사과 요구에 가까웠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강 대표에게 "약가를 볼모로 간암 환자 시술에 지장을 준 부분에 사과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강 대표는 짧게 "관련 사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남 의원은 "게르베 측은 약가 협상 과정에서 보건당국이 원가 보전 및 추후 인상 협의를 제안했는데 받아들이지 않고 제한적 공급만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며 "이것은 결국 환자 생명을 담보로 약가 인상을 얻어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해 "최근 수년간 해당 제품의 수요가 증가해온 상황에서 제품 자체가 기본적으로 양귀비 씨앗 오일을 원료로 하는 만큼 원료 생산자체가 제한적이고 공정이 까다로운 어려움이 있다"며 "지난 2015년부터 관계 당국과 가격 관련 협의를 나눴지만 좋은 결과가 없었고 그 과정에서 국내가 공급 후순위로 빠질 수 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당시와 올해 게르베 본사에서 한국지사가 공급받는 가격이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답하지 못했다.
남 의원은 "제약사인 만큼 약가 인상은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지만 환자의 목숨을 볼모로 보건당국과 협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리피오돌이 아닌 독점적 지위를 지닌 글로벌 제약사들을 통해 재발할 수 있는 문제다. 보건당국은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리피오돌 사태의 근본적 배경이 희귀한 필수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대체 의약품이 부재한 데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국산 신약의 개발 중요성 역시 강조됐다. 구체적으로는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임상시험의 수탁 기관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영작 한국임상CRO협회장은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발굴(1단계)와 임상시험(2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2단계 성공률이 1단계의 100배에 달하지만 국내 정부는 상대적으로 1단계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2단계를 진행할 수 없는 국가는 제약강국이 될수 없는 만큼 토종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대한 육성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약가 협상 과정에서 공급중단 사태를 일으켰던 간암 환자용 조영제 '리피오돌'의 제조사 게르베의 한국법인 대표가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 올라 된서리를 맞았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