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약 11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빈번하게 해외여행을 다닌 체납자에 대한 법무부의 출국금지 연장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는 박모씨가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는 세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에 도피하는 등 과세관청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출입국관리법상 체납자가 재산을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으면 충분하고 확정적으로 증명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박씨의 재산 은닉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박씨는 스스로 전업주부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박씨의 자녀 김모씨가 장기간 미국에서 유학했고 박씨 가족들이 서울 강남구 두 곳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한 것을 비춰볼 때 교육비·주거비·생활비용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박씨 체납 전후로 생활수준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박씨가 부동산을 처분해 얻은 양도차익을 비롯해 재산을 은닉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박씨 주장대로 여행 목적의 해외 출입국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박씨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빈번하게 해외로 출국했는데 박씨 가족 구성원 중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을 얻은 사람은 없는 반면, 박씨 가족의 생활비 등으로 소요되는 금원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박씨 가족들의 해외여행에 사용된 자금 출처는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양도소득세를 체납해 지난해 10월 기준 체납액이 11억9000여만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2016년 5월 '가족 전원이 확인되는 소득은 미흡하나 본인 및 동거가족 출입국 내역이 빈번하고 은닉재산을 해외 도피시킬 목적으로 출국할 우려가 있다'며 박씨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그해 11월까지 출국금지 처분했다.
이후 법무부는 6개월마다 박씨에 대한 출국금지기간을 순차적으로 연장했고 올해 5월에도 11월까지 연장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박씨는 "생활비와 대출금 상환으로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수 없었고 가족여행 목적으로 몇 차례 출입국했을 뿐 해외 체류 기간도 길지 않았는데 출국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위법한 처분"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