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유통업계의 첫 여성 CEO의 타이틀로 주목받은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사장)가 취임 1년간 보여준 혁신경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5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표 자리에 오른 임 사장은 최근 취임 1돌을 맞았다. 임 대표는 유리천장이 높은 대표적 업종으로 꼽히던 유통업계에서 당당히 수장 자리에 오르며 '여풍'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30년 넘게 살림과 일을 병행한 주부 CEO이기도 한 그는 취임 후 주 소비층인 여성고객들의 소비 패턴을 꿰뚫어 보고 이에 기반한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사장). 사진/뉴시스
대표적 혁신사례는 '홈플러스 스페셜'을 탄생시킨 것이다. 슈퍼마켓과 창고형 할인점을 하나로 결합한 스페셜 매장은 출점한 지 2개월 반 만에 10호점을 넘어섰다. 주로 기존 매장을 스페셜 매장으로 전환시켰고 이같이 전환한 매장의 매출이 40% 이상 늘며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임 대표는 홈플러스 스페셜을 기획하며 '하이브리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표방했다. 꼭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는 1인 가구뿐 아니라 상자 단위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까지 모두 타깃으로 하는 신개념 대형마트 모델이다.
상품 가격도 대부분 연중 상시 저가 형태로 바꾸고 주요 상품의 진열 면적을 늘리고, 통로도 넓혀 소비자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이런 가격 정책과 매장 운영 방식으로 소비자 편익은 물론 협력사와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엔 임 대표의 통큰 결단이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만 12년 이상 장기근속한 무기계약직 사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고 발표한 것. 당시 임 대표는 "어려운 환경 속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발 맞추기 위해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국내 대형마트 중 처음으로 신선식품에 무상 A/S를 도입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신선식품 품질 혁신제도를 통해 고객이 품질에 만족할 때까지 상품을 교환 및 환불해주는 것이다.
품질 보장 범위도 우유·계란·치즈 등 낙농 및 유가공품, 김치·젓갈 등 반찬, 어묵·햄 등 수·축산 가공식품, 치킨·튀김 등 즉석조리식품, 베이커리에 이르기까지 신선 카테고리 3000여 전 품목을 대상으로 삼으며 폭을 넓혔다.
이 외에도 임 대표는 홈플러스의 약점으로 여겨졌던 PB(자체상품) 강화도 단행했다. 지난 3월 '심플러스'를 공식 론칭했고 과대포장, 가격거품 등을 뺀 상품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집중해 심플하게 제공하겠다는 브랜드 콘셉트도 밝혔다. 이에 홈플러스는 이마트의 피코크,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등과 본격적인 PB 경쟁구도를 갖추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임 대표는 여성 CEO라는 타이틀과 무관하게 과감한 결단과 혁신으로 홈플러스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대형마트 업계 경영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임 대표가 보여주고 있는 혁신경영은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