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웃도는 더운 나라 발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각국의 경제수장들이 모인 이곳에서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고 말했다. 1년 내내 30도 정도의 여름만 경험할 것 같은 그가 '겨울' 이야기를 꺼내든 이유에 글로벌 경제리더들은 귀를 기울였다. 그는 "지금 세계 경제는 각자의 왕좌(세계경제의 패권)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들을 하고 있다"며 "금융의 취약성·무역긴장 등 겨울(winter)이 오고 있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이렇게 싸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개막연설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꺼낸 겨울이야기는 각국의 글로벌 리더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냈다. 최근 글로벌 경제상황을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비유한 사례가 적절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올해 열린 IMF 연차총회는 글로벌 경제 리더들에게 다른 때보다 더 특별한 해로 인식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10년을 맞아 2008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특히 10년 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공조가 큰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무역마찰 등 경쟁이 극화돼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간동안 한국 대표로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발리에서 '겨울'에 대비할 채비 마련에 분주했다. 환율보고서, 자동차 관세 문제 등 국제이슈와 맞물린 한국경제 위기 방어를 위해 주요국 경제 리더들을 만나고 또 만났다. 김 부총리는 특히 스티븐 므누친 미국재무장관 면담에 공을 들였다. 취임 후 7번째 만난 자리에서 그는 "편하고,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고 전했다. 특히 곧 발표될 환율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애썼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므누친 장관에게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우호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한 만큼 그의 경제외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부총리는 다른 어떤 때보다 가장 강력하게 자동차 관세 문제를 피력했다. 국제무대에서 '상당한 교감'이 전해지도록 애쓰고 또 애쓴 것이다. 이처럼 최근 부총리의 행보를 보면 다른 나라의 경제수장과 자주 소통하는 모양새다. 김 부총리는 그들과 '친하다'라는 말도 자주한다. 이말은 경제외교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언제 어떤 겨울이 불어닥칠지 모를 살벌한 국제사회다. 발리에서처럼 부총리가 다른 국제무대에서도 더 많은 경제 리더들과 교감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실리를 챙기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