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편이다. 특허도 많다. 아이디어가 버려지는 게 안타까워 사업화해야 한다는 꿈이 가슴 속에 늘 자리 잡고 있었다. 기능성 축구 양말을 특허로 낸 적도 있다. 축구를 하다 보면 정강이 보호대가 땀 때문에 고정되지 않고 잘 흘러내린다. 그래서 이중으로 된 축구 양말을 개발했다. 안에는 쿨 토시, 그 위에는 보호대로 구성돼 정강이가 보호되면서 경기 도중 흘러내리지 않는 그런 양말이었다. 이외에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많았다. 현재는 특허 등록 4건, 출원 3건, 디자인 1건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직장 생활은 어땠나.
조선 쪽에서 15년 동안 일했다. 초반에는 현장에서 다채로운 일을 했다. 밀링선반(밀링·목재 등을 기계적으로, 특히 톱 또는 기계대패로 가공하는 작업) 자격증이 있다. 용접 자격증도 많다. 창업 전 마지막 회사는 150여명 규모의 중소기업이었는데, 관리직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무직도 경험했다.
동아에이블은 무슨 뜻인가.
동아라는 홀딩스 그룹을 만들고 싶었다. 능력 있는(에이블·able) 동아 그룹이 되겠다는 생각에 상호를 지었다. 석재를 녹여 조각해 그곳에 야광이나 색상을 넣어 만드는, 일종의 야광석재 안내판을 제작하는 회사다. 돌에는 원래 야광이 잘 들어가지 않아 여태껏 제품이 없었다. 야광을 넣어도 곧잘 떨어지기 때문이다. 돌은 물을 머금는다. 물을 머금으면 추운 겨울에 순간적으로 얼면 돌이 늘어나게 되고, 탄성계수가 달라져 야광이 떨어진다. 많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결국 돌이 늘어나면 야광도 늘어나고, 돌이 줄어들면 야광도 줄어드는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창업 후 거둔 성과는.
2016년 석재의 원하는 부위를 녹일 수 있는 화학용액을 개발했다. 이어 야광을 삽입해도 떨어지지 않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 R&D 과제로 신청한 '라이프라인이 형성된 야광 석재 안내판'이 성공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야광 석재 안내판은 지난달 조달청 등록이 완료됐다. 관공서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조달청 등록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조달청에 등록하는 데 1년 이상 결렸다. 신기술이 많이 나오는데 기존 품목, 고유식별번호와는 맞지 않아 결국 일일이 다시 따야 했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현재 성능 인정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야광길, 터널 입구 불이 들어오는 휴대폰 등으로 쉽게 변화할 수 있는 제품 등을 만든다. 약 2억 짜리 규모의 창업성장과제(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로 진행 중인 건 '고효율 반사도료'다. 작업복 등에 불이 비치면 형광으로 변하는데, 섬유와 스티커로는 개발이 됐지만 도료는 없었다. 처음에 일본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개발하다가 일본에서 너무 비싸게 판매 금액을 불러서 우리 시장성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한국에 있는 업체와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진=동아에이블
사진=동아에이블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 사업은 대부분 공공기관을 핵심 타깃으로 한다. 처음 야광안내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였다. 사건 당시 전화기 등 모든 게 녹아내렸다. 불에 타지 않는 안내판을 돌로 만들어보자고 시도했다. 우리 제품은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공공기관, 공공 시설물에서 특히 필요하다.
창업 이후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데스 밸리'라고도 하는데 창업 3년차가 고비였다. 자금 문제가 가장 크다. 사업범위를 늘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CEO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을 축소시키지 않고 계속 개발을 해왔고, 그러다보니 자금이 많이 들어갔고 창업 3년차에 접어들자 자금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저는 엔지니어다. 처음에는 영업 부분이 어려웠는데 대리점을 설립을 하는 등 홍보를 하고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인프라를 갖춰 나가면서 지금은 잘 풀어나가고 있다.
이정명 동아에이블 대표. 사진=동아에이블
외부로부터 투자 받는 방법도 있다. 동아에이블의 경우는 어떤가.
한 건설사로부터 20억원 투자를 제안받았다. 금액도 상당해서 처음에는 반색했지만 결국 그 돈은 우리 돈이 아니었다. 공장 설립, 인력 충원 등에 돈을 쓰는 데 제한이 따랐고, 추가 투자 등을 하면 지분이 창업자인 저보다 많아지게 생겼더라. 그래서 투자를 결국 고사했다.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을 활용해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대리점 설립 후 관공서 홍보가 잘 이뤄지고 있고 수주도 많아지고 있다. 내년 매출 목표는 22억원인데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본다. 말레이시아, 몽골에서도 관심이 많아 미팅도 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청년기업에 선정되면서 외국에 뿌려지는 한 잡지에 동아에이블이 소개됐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관공서 쪽에서 3차례 정도 국내에 들어와 이야기를 했다. 첫 수출은 말레이시아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울산·대구·부산에 대리점 개념의 지점이 있는데, 장기적으로 전국에 걸쳐 대리점을 두는 게 목표다. 관공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의 홍보가 중요하다. 사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개념으로 대리점을 늘릴 계획이다. 10년 안에 상장하는 게 목표다. 대리점을 운영하시는 분들과 함께 상장까지 같이 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창업하는 분들이 경험이 부족해서 2년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많이 본다. 스타트업은 매년 몇천명씩 나오는데 시간이 지나면 남아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 협업이 중요하다. 나홀로 창업보다 창업보육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 국가 과제를 받아서 R&D 자금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창업보육센터 등에 있으면 창업 관련 교육, 인큐베이터를 받을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과제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 아이템을 사업화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데 국가 과제를 통하면 비용이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개발 인증 등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손실이 적은 부분부터 도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본금이 들어가지 않는 아이디어 공모전, 아이디어 사업화 공모전 등 작은 출발을 추천한다. 창업선도대학, 국가 과제도 좋은 기회다. 창업 관련 기관에서 하는 창업교육, CEO 역량강화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실패할 확률을 조금씩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창업할 수 있는 기회는 엄청나게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