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대경 기자]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는 근본적으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특히 소수의 자본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전근대적 경영 방식의 틀을 기업들이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게 된 것도 의미있는 변화라는 게 정부와 재계의 평가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대기업집단이 갖고 있던 순환출자 고리의 90%가 해소됐다.이는 경제민주화를 기조로 한 김상조호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순환출자는 같은 기업집단에 소속된 3개 이상의 계열사가 모두 계열출자로 연결된 상태를 말한다. 현 공정거래법에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경우 신규로 순환출자를 형성하거나 강화할 수 없게 돼 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주주와 기업의 가치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김 위원장 취임 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순환출자 고리는 2015년 455개에서 올해 10월 기준으로 5개로 크게 줄었다. 범위를 넓혀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 고리도 같은 기간 459개에서 36개로 급감했다. 재벌개혁 정책의 효과도 있지만, 업계에서도 경영권 방어만 보장된다면 지배구조 단순화를 굳이 기피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성장하면서 소유 구조가 분산되고 그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이 나뉘어지면서 복잡한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며 "경영권 방어만 이뤄지면 굳이 이런 구조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까지 경제민주화 과제 상당수는 현재진행형이다. 심지어 종착점에 도달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도 존재한다. 개혁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입법 사항이 많아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마침표를 찍기 어렵다. 실제 38년 만에 개정이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정기국회에서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고, 공정거래 기반 조성 차원의 갑을 관계 청산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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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안별로 충돌이 작지 않다. 시민사회단체는 '재벌개혁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반면 경제단체들은 '기업 옥죄기'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전속고발권 폐지의 경우 경제단체들이 경쟁사의 악의적 고소와 고발이 남발돼 검찰 수사를 받는 기업이 늘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피심인 방어권 보장을 두고는 글로벌 갈등 구도가 형성돼 있다. 미 상공회의소가 피심인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자료 열람·복사 요구권과 함께 피심인의 이해관계자 교차 심문권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벌개혁 과제로 추진 중인 지주회사 전환 및 구조 개선,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총수일가 지분 해소, 내부거래 중단, 전자투표제 도입, 주주 추천 사회이사 선임 등도 기업별로 사정이 달라 이견이 첨예하다.
일각에서는 규제 준수 비용이 늘어나 이로 인한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규제를 위한 규제로 시장의 자율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결국에는 소극적인 기업 활동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규제 준수 비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순환출자 고리 규제를 의식해 대기업 집단이 투자 여력이 충분한데도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해외 자본에 매각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최근 전직 공정거래위원회 관료 재취업 논란에 이어 국정감사에서 심판관리관 직무배제 외압 의혹 등이 조직 안팎을 흔들고 있어 자칫 정부의 경제민주화가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재취업이나 직무배제 등의 사건들로 공정위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개혁의 동력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권대경·조용훈 기자 kwon2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