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탄생한
기업은행(024110)이 오히려 꺾기와 금리 장사를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동반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평가다.
22일 서울 을지로 중소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 운용 현황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왼쪽부터)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위성백 예보 사장,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국정감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이날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3년 6개월간 기업은행에서는 약 29만9510건, 금액으로는 12조8346억원이 ‘꺾기(구속성 상품판매)’ 의심거래로 조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은행권 전체 꺾기 의심거래인 60만건(33조원)의 절반에 달한다.
주 의원은 “‘꺾기대출’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예·적금이나 펀드 등에 가입할 것을 종용하는 편법 거래”라며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증부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도 문제로 꼽혔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체 기업대출에서 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이지만, 보증부대출의 경우 기업은행의 비중이 51%에 달한다”면서 “통상 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보증을 받는 곳은 중소기업으로, 이들 기업에 보증부대출을 하면서 꺾기로 비치는 요구도 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2017년 전체 기업대출 1302조원 가운데 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2%(291조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보증부대출은 111조원이며, 기업은행의 보증부대출은 47조원(51%)에 달했다.
꺾기가 의심되는 부분은 이들 기업이 대출 실행 2개월 이후 예·적금이나 연금, 펀드 가입이 늘어난 점이다. 대출 직후 1개월 동안에는 꺾기에 해당하는 상품 가입이 전산 상 차단되지만 그 이후인 2개월 차부터는 상품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은행 보증부대출 22만7144건 중 2개월 차 상품 가입은 3만2515건(14%)으로 조사됐다. 반면 시중은행에서 나간 보증부대출은 32만9585건으로 2개월차 상품 가입은 1만5005건(5%)에 불과하다. 기업은행이 3배 이상 더 많은 셈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담보대출과 기술평가 과정은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의 설립목적에 맞지 않게 담보대출 위주로 대출을 하고 있고, 신용대출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다”며 “담보능력이 낮은 중소기업에 대해서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신용대출 금리도 더 낮춰서 중소기업이 원활하게 자금지원을 받아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말 기업은행을 통해 나간 TCB(기술신용평가)대출 10건 중 6건(59%)에 담보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시중은행 평균 담보 비중(58%)보다 더 높은 수치로, 신용도가 낮아도 기술력으로 평가하겠다던 TCB 대출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중소기업에 특화된 국책은행으로서 과도한 담보요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통합신용평가 시스템 개발 작업을 2020년까지 할 계획”이라며 “5년간 축적된 기술 기능에 대한 것이 축적되면 통합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임직원을 대상으로 (꺾기 금지 등을) 교육하고 있다”며 “우려하는 바를 유념해서 지속적으로 근절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수도권에 편중된 기업은행 지원 정책도 문제시 됐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최근 3년간 중소기업 지원금 및 사회적 기업 지원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중소기업 및 사회적 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약 426조원으로 집계됐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경우 전체 64%인 272조5002억원이 지원됐으며 비수도권은 153조1763억원(36%)로 나왔다.
전 의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기업은행의 여신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면서 “정부의 주요 국정 목표 중 하나가 국가균형발전인 만큼, 기업은행 역시 국책은행으로서 지방에 소재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혁신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IBK창공’이 마포와 구로에 위치하는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지방으로의 균형잡힌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행장은 “앞서 수요조사를 하면서 부산, 대구, 광주 등의 지역을 살펴봤다”며 “현재 부산이 검토 대상으로 올라가 있어 이를 면밀히 조사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이밖에 남북 경제협력(경협)과 부동산 임대업자에 대한 대출, 채용 성비 문제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나왔다.
김 행장은 “남북 경협을 선도하기 위해선 내부TF를 만들어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며 “통일에 대비해 정부, 유관기관 등과 합동으로 연구하고 활동범위도 넓혀나가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불안한 대내·외 경제 환경 하에서도 중소기업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변함없이 수행할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이 기회와 희망을 찾아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