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데이터 금융의 미래

입력 : 2018-10-30 오전 6:00:00
인터넷은행이 출범한지도 1년이 훌쩍 넘었다. 핀테크라는 신조어가 온 나라를 휩쓸던 시기라 엄청난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아직 혁신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다소 신선했던 것은 창구에 가지 않고서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계설하는 정도. 당연히 다른 은행과 달리 지점도 없다. 사실 비대면 계좌개설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므로 다른 곳에서 따라하기도 쉽다. 그러나 은행의 이러한 변화는 점차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의 근본적인 뿌리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분야는 다른 산업보다 먼저 데이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거래를 기록해 디지털 형태로 보관했기 때문에 축적된 데이터도 많은 편이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메인프레임 대신에 서로 연결된 수많은 서버가 나타나면서 데이터 이용의 양상이 달라졌고 그 여파로 변화의 지렛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데이터 이용이 두드러진 곳은 아직 몇몇 분야에 한정된다. 가장 먼저 부정거래 탐지가 대부분의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적용돼왔다. 정상거래와 비정상거래를 구분해 거래를 중단시키거나 경고를 주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듯 해커의 침입을 인지하거나 추적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내부의 부정거래, 카드 부정이용 및 돈세탁 의심거래를 탐지하고 보고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매우 엄격한 수준의 거래 모니터링과 금융당국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마케팅과 관련된 데이터의 이용이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금융상품 개발에 주로 이용되던 데이터가 고객의 행동패턴과 성향을 구분하기 위한 도구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거래 데이터를 넘어 주소, 전화번호, 방문지역, 구입상품의 종류와 빈도 등 외부 데이터까지 포함한 빅데이터는 고객에 대한 이해의 접점을 확대시켰다. 
 
결국 금융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고객의 니즈를 사전에 인지해 개인별로 최적의 금융상품을 제시하고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금융상품 대신에 어느 정도 완벽한 개인 맟춤형 상품이 제시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표준약정에 수많은 개별 계약문구가 추가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리스크관리는 금융산업에서 오랫동안 시간과 데이터와 돈을 쏟아 부었던 분야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벡터자기회귀모형(VAR), 바젤Ⅲ, 스트레스 테스트 등 그동안 책과 언론에 오르내렸던 위험관리 방법론이 쉬워지고 일상화되고 있다. 더 나가 금융기관은 개별 고객의 자산에 대해서도 위험관리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법인이든 개인이든 실시간 위험관리 서비스가 언제 시행될지는 각 나라 금융기관의 수준과 역량에 따라 엄청난 시차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선진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조금 더 드라마틱하다. JP모건체이스 은행이 도입한 계약문서분석플랫폼(COiN)은 변호사가 36만 시간이 걸리는 만건 이상의 법률문서 검토를 불과 몇 초에 끝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및 뉴욕멜론은행은 직원 또는 고객의 문의에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알고리즘이 대응하는 챗봇을 가동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과거 수백 명이 일했던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거래 데스크에는 불과 몇 명이 일하고 있는데 모두 자동거래시스템으로 대체됐다. 
 
지금까지 나타난 금융데이터 이용의 발전은 주로 과거부터 있던 데이터를 좀더 세련되게 활용하거나 방대한 분야의 일부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효율성을 상당히 증가시키겠지만 엄청난 투자가 수반되는 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어찌됐든 당분간 대량으로 사람을 쫓아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내 가장 파장이 커질 분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탑재한 챗봇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분적으로 등장한 AI챗봇은 금융권 대부분의 콜센터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수준에 따라서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겠지만 결국 범용화되고 사람을 밀어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잘 논의되지 않았던 에어비앤비나 우버를 넘는 근본적인 변화는 수백 년간 금융업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업무를 AI가 대신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금융업자가 독점했던 거래, 컨설팅, 계약 및 심사·분석·예측, 위험관리와 마케팅 등 분야에 AI가 사람을 대신하기 시작하면 전통적인 은행, 증권 및 보험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금융질서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최욱 코넥스협회 상근부회장(choica@kone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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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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