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총체적 난국에 빠진 자동차

입력 : 2018-10-31 오전 6:00:00
한국 자동차 산업의 간판주자 현대차와 기아차가 요즘 우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나란히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0%나 급감한 2889억원에 그쳤다. 흔히 말하는 ‘실적 충격’이다. 영업이익률은 1.2%로 보잘것없다. 100원어치 팔아서 고작 1원 남짓 남겼다는 것이다. 세금이나 이자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기아차의 경우 매출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표면상 흑자전환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 통상임금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반면 올해는 그 요인이 빠진 결과다. 말하자면 반사효과다. 사실은 3200억원이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현대차보다 못한 0.8%다.
 
실적 쇼크의 가장 큰 요인은 물론 판매 부진이다. 특히 최대 전략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가 줄어들었다. 기아차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고전하던 지난해에 비해 회복되기는커녕 되레 15.6%나 더 감소했다. 
 
쌍용차는 내수에서는 선전했지만 수출은 13.7% 줄었다. 그 결과 영업손실이 46억원 늘어났다. 르노삼성는 내수(-17.1%)와 수출(-15.5%) 모두 감소했다. 이런 부진 때문에 아직까지 임금협상도 끝내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한국GM의 경우 ‘소원’대로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새출발’했지만 나아진 것이 없다. 올해 9월까지 판매량이 15.1% 감소했다. 특히 내수에서는 35.3%나 줄었다. 한국GM은 지난해 840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최근 수년 간 적자를 거듭했다. 올해는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 추가비용까지 발생했다. 따라서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이 ‘동업자’인 산업은행까지 소외시킨 채 연구·개발(R&D) 법인 분할을 강행한 것도 이런 판매 부진과 적자로 말미암아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은 앞으로 한국GM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지금 총체적 난국이다.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까지 세계 6위였지만 올해는 더 밀려날 듯하다. 지난 9월까지 생산량이 이미 8.4%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무기로 한국의 자동차에 25%의 관세부과를 강행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럴 경우 현대차 1조4700억원, 기아차 1조11억원 등 모두 3조50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계산이 하나금융연구소에 의해 제시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진실로 지금 한국 자동차 산업은 붕괴될지도 모를 만큼 절박한 위기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전후방 파급효과에 대해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자동차 산업 부실화가 초래하는 파괴적 상황을 지난날 경험한 바 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완성차 업체들이 고전하니 부품을 공급하는 협럭업체들도 경영난을 호소한다. 최근에는 3조원 넘는 규모의 금융지원을 정부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고용도 불안하다. 지금 자동차 산업은 심각한 불황에 허덕이는 조선과 함께 실업자들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마르지 않는 샘’이 돼 버렸다. 지금 정부를 괴롭히는 실업문제도 결국 이들 장치산업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다른 곳만 쳐다봤다. 도끼자루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명저 <경세유표>에서 삼남지방에 기근이 심각한데 조정에서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이와 비슷한 모습이 자동차 산업 주변에서 다시 연출되고 있다.  
 
정부가 하반기 들어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낮춰주기는 했다. 혁신성장을 내세우며 자율운행차나 수소차 지원을 공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직 실행에 옮겨진 것이 별로 없다. 혁신성장도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관련 기업들이 건실해야 더 높은 기술과 자금을 요하는 혁신성장을 추진할 힘이 생긴다. 그렇지 않으면 한낱 백일몽일 뿐이다. 그러므로 지금 시급한 것은 자동차 산업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바뀐 후 정부의 자세도 변화된 듯하다. 산업을 잘 아는 인물이 새 장관에 임명된 후 업계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 그것이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뛰면서 난국을 초래한 원인과 대책을 찾아내야 한다. 물론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의 경영진과 노조, 금융계까지 포함해  각 계의 지혜를 폭넓게 모으고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각자의 의무를 다하면서 서로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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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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