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그룹 미전실과 회계처리 논의

미전실 보고 전자우편…증거로 인정되면 상폐 위기

입력 : 2018-11-01 오후 7:02:11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회계처리 변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선을 그었지만 간접적으로는 사실임을 인정했다. 만약 이 내용이 증거로 체택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폐지에 몰릴 수도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가 삼성그룹 미전실과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해 사전에 보고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런 내용의 삼성 내부 문건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해 고의적 분식을 입증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겨레에 따르면 금감원이 새롭게 확보한 증거는 삼성바이오와 그룹 미전실 사이에 오간 전자우편이다. 지난 2015년 11월 삼성바이오는 그룹 미전실에 바이오젠 콜옵션(회사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 평가와 관련한 회의 안건을 전자우편으로 보고했다.
 
이때는 2015년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합병 비율’ 논란을 사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시점이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과 합작계약서를 소급해 수정하는 방안,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만드는 방안, 연결 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 3가지 안을 그룹 미전실에 보고했다.
 
삼성바이오는 이 방안들을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의 감사를 맡은 삼일·삼정 회계법인과도 함께 논의했다. 삼성바이오는 이 가운데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안을 미전실 보고 일주일 뒤 확정했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는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인 2905억원에서 공정가액인 4조8086억원으로 증가했다.
 
결국 삼성바이오가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전실과 회계처리 문제를 놓고 논의했다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당시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은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발표했고 그해 7월에 국민연금의 도움을 받아 합병을 완료했다.
 
삼성바이오 불법회계와 관련해 금감원이 미전실과 삼성바이오가 논의한 이메일을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당시 합병비율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하다는 논란이 거셌지만 삼성은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미래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국민연금도 이런 논리를 합병 찬성의 근거로 삼았다. 결국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했고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기업가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증거로 인정된다면 삼성바이오는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고의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는 게 명백해지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 불법회계와 관련한 증선위는 오는 14일 열린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선위 논의와 관련해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비밀유지서약에 따라 언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우리가 유출한 것은 아닌데 어떻게 새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해당 내용이 사실임을 간접 확인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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