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진이 7개월만에 꼴찌의 불명예에서 벗어났다. 지난달 조양호 한진 회장을 비롯한 한진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이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수 일가의 갑질 대가는 그만큼 한진에게 혹독했던 셈이다.
<뉴스토마토>와 한국CSR연구소(소장 안치용),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5일 발표한 '11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일반인지 부문 재벌그룹 항목에서 한진이 -12.94(환산점수 기준)으로 29위에 랭크됐다. 지난 5월 첫 조사를 시행한 후 처음으로 최하위를 면했다. 점수도 첫 달의 -38.50에서 대폭 개선됐다. 새로운 꼴찌는 부영(-14.68)이 차지했다.
다만 총수 항목에서는 조양호 회장이 -42.45로 부동의 꼴찌를 지켰다. 지난 5월(-49.90) 대비 점수 개선폭도 크지 않다. 29위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21.80)과의 격차도 크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안치용 한국CSR연구소 소장은 "한진에 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속에 재벌과 총수의 분리가 시작된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조금 더 추이를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상위 30개 그룹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에 대한 신뢰도를 1~7점 척도로 선택하게 한 후, 이를 다시 0을 기준으로 상하 폭에 따라 비례 구성했다. 최소·최대값은 -100~100이다.
앞서 지난달 15일 서울남부지검은 조양호 한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무혐의 처분했다. 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총수 일가의 비리와 전행으로 비화된 이른바 '한진 사태'에 대해 5개월간 11개 정부기관이 총 18차례 압수수색을 하고 14번이나 총수 일가를 포토라인에 세운 것 치고는 결과가 초라했다. 사흘뒤 조 회장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0차 한미 재계 회의'에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며 첫 번째 공식 일정을 수행했다. 수 개월간 사회를 뒤흔들어 놨지만 제대로된 사과는 없었다.
이달 조사에서는 현대차의 부진도 주목됐다. 현대차는 18.81로 8위에 머물렀다. 전달 5위(23.49)에서 세 계단 하락했다. LG(40.35), 삼성(28.87), GS(27.22) 등 상위권 그룹들이 제자리를 지킨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룹의 맏형인 현대자동차가 지난 26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나 급감한 2889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하는 등 향후 경영 전망도 밝지 않다. 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잇따라 현대차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번 조사는 본지와 한국CSR연구소가 공동 기획했으며, KSOI가 전국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10월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