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5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경제·민생과 관련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키로 하고 12개 합의문을 도출해냈다. 여야 협치를 위한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협의체 회의는 문 대통령이 국회와 협력을 위해 제안해 취임 1년 반 만에 성사됐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과 여야는 ▲소상공인·자영업·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법안처리 및 예산반영 ▲채용공정 실현과 노사상생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 ▲경제활력을 위한 규제혁신의 신속한 추진 ▲지방분권·지역활력 제고 협력 ▲강서 PC방 대책 후속입법 등 국민안전을 위한 법안 여야 공동추진 등에 합의했다. 아울러 ▲저출산 관련 법안·예산 초당적 처리 ▲불공정 시정과 공정경제의 제도적 틀 마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초당적 협력 ▲선거연령 18세 인하 논의·선거제도 개혁 협력 ▲방송법 개정안 논의 ▲원전산업 경쟁력 유지·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국회 실무논의 적극 추진 등에도 의견을 모았다.
다만 합의문 세부항목에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 ‘광주형 일자리 확산 지원’ 등을 놓고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의당도 기업 어려움 해소를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경제활력을 위한 규제혁신 신속 추진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한다”며 명시적으로 합의문에 반대의견을 달았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협의체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의전에서부터 큰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그런만큼 정치권이 모처럼 각을 세우기보다 공통분모를 찾고 생산적 협치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소 애용하던 푸른색 계통의 넥타이가 아닌 회색 바탕에 자주빛과 은색빛이 교차하는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는 특정정당의 색을 피한 것으로 야당의 의견을 최대한 듣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 여야협치를 강조하는 짧은 인사말로 야당 원대대표들의 발언시간을 배려했다. 회의에서도 야당 대표들의 쓴소리에 자주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주요 내용들은 메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 메뉴로는 한쪽의 치우침 없이 조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음식 ‘탕평채’가 올라왔다. 녹두묵에 고기볶음, 미나리, 김 등을 섞어 만든 묵무침인 탕평채는 조선 영조 때 여러 당파가 잘 협력하자는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의 음식상에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후식에는 김정숙 여사가 직접 만든 곶감이 나왔다.
3시간여 가까이 진행된 회의와 비공개 오찬에는 12조항 합의문 내용 외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 등 다양한 정국현안들도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 “현재 진행형이다. 연내 예정대로 이뤄질지, 미루게 될지, 이후가 될지 아직은 판단할 수 없지만 일단 연내에 이뤄진다는 것을 가정하고 준비한다”고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도 우리가 평양을 방문하고 그 뒤로 답방하는 것이 관례인데 한 번도 북쪽 정상은 서울을 답방하지 못했지 않느냐”면서 “그래서 남북관계가 더 지속되거나 발전되지 못하고 공전되는 것이 많았는데 이번에 서울 답방이 실현돼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선거연령 18세 인하 부분을 꼭 국회에서 논의해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말해 (당초) 문안에 없었던 것인데 들어갔다”고 부연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도 “한국당 외에는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항이니 이견이 없었는데 한국당이 이 부분에 대해 바로 하자고 동의하지는 않았다”며 “전 세계적으로 18세는 대부분 선거권을 갖는데 우리도 가야 하지 않느냐고 다른 당들이 합의하자고 해 (합의문에) 포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