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올해 셀트리온발 순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폭발적 성장률을 앞세워 지난해 매출을 크게 끌어올린 셀트리온이 올해 톱3(TOP3)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올 3분기 셀트리온의 누적 매출액은 7395억원으로 유한양행(1조951억원)·GC녹십자(9882억원)에 이어 제약업계 3위에 해당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해 업계 4위로 도약한 셀트리온은 첫 TOP3 진입을 노릴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업계 선두는 3년 연속 1위 수성을 노리는 유한양행의 차지였다. 지난 2014년 첫 1조 클럽 진입 이후 5년 연속 1조원 대 매출을 노리는 유한양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분기 만에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한미약품으로 부터 2위를 탈환한 뒤 줄곧 유한양행의 뒤를 쫒고 있는 GC녹십자 역시 9000억 후반 대 매출을 기록, 1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602억원의 매출(3위)로 아쉽게 1조원대 매출 달성에 실패한 대웅제약은 6861억원을 기록하며 6위로 내려앉았고, 2015년 깜짝 2위 달성 이후 2016년 4위, 지난해 5위로 순위 하락을 보이던 한미약품은 7222억원을 기록하며 4위로 올라섰다. 3분기 제약업계 전반적 실적 하락 속 상대적으로 안정적 실적을 유지한 종근당은 6906억원의 매출액으로 모처럼 TOP5에 이름을 올렸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셀트리온의 실적은 시장 전망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 속 44%나 주저앉은 영업이익이 뼈아팠다. 유럽 인플릭시맙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램시마의 지위 유지와 후속 제품인 트룩시마의 빠른 시장 안착을 위한 공급단가 조정과 1공장 증설 준비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상반기 출시 1년 만에 유럽 지역 판매국을 두 자릿수대로 늘리며 점유율을 끌어올린 트룩시마와 램시마의 견고한 입지를 바탕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던 매출이 하반기 실적을 지탱 중이다. 4분기 실적 전망 역시 밝은 편은 아니지만 3분기 까지 쌓여진 실적에 1조클럽 진입 희망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연간 실적에 대한 시장 전망 역시 셀트리온의 3위권 진입에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올 연간 매출 전망치는 1조961억원으로 유한양행(1조5080억원), GC녹십자(1조3327억원)에 이은 3위 규모다. 이어 한미약품(9777억원). 종근당(9437억원) 대웅제약(9430억원) 순으로 전망됐다.
셀트리온의 약진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지난 2010년 의약분업 이후 전문의약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해당 분야 강점을 지닌 전통제약사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복제약 난립과 내수 시장 포화 우려 속 업계 성장률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 때쯤,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수출이 매출의 주를 이루는 셀트리온이 급부상했다. 실제로 지난 2013~2017년 셀트리온의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은 43%로 6~12%에 불과한 전통제약사들을 압도한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 부진에도 트룩시마, 허쥬마에 대한 유럽시장 확대와 미국 FDA 허가 기대감은 여전한 만큼 내년 또 한 번의 순위 도약도 가능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고성장을 지속해 온 바이오시밀러 시장 역시 최근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해외 오리지널 의약품 업체들의 파격적 약가 인하 정책과 주력 제품의 해외 출시 및 점유율 확대로 폭발적 성장이 가능했던 셀트리온이 당분간 눈에 띄는 신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 등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