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회삿돈 4300억원을 횡령·배임하고 서민 임대아파트를 불법 분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순형)는 13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실형과 함께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이 무죄로 판단된 점을 고려해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필요성이 있어 보석 결정을 취소하지는 않는다"며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은 기업집단 부영 소속 계열회사들의 사실상 1인 주주 또는 최대 주주로 자신의 절대적인 통제 아래 있는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했다. 장기간 다양한 방식으로 계열회사 자금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경제적 이득 목적으로 미술작품심의위원회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저해하고, 회사와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인에게 경제적 피해를 일으킬 위험을 초래했다. 임대주택 거주자나 지역 주민들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로 그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배임죄 관련해 피해 규모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종전 형사사건에서 주식 양도 합의 사실을 참작 받아 구속상태를 면하게 됐음에도 이전 합의를 뒤집는 부도덕한 행태를 보여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가능성도 크다"며 "이후 관련 행정사건이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부영의 임직원들이 허위 진술을 하도록 유도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다고 보기 어렵다. 나머지 유죄 부분도 횡령·배임 피해액의 합계가 420억원 상당에 이르고, 건설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해 적극적으로 행정관청을 기만한 것으로 그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 "더욱이 기업집단 부영의 의사결정 구조상 임직원들이 이 회장의 의사나 이익에 반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임에도 이 회장은 그 책임의 무거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수사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 전체에 대한 책임을 실무자들에게 대부분 전가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회장의 횡령·배임 범행으로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거나, 회사가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에 빠져 회사와 관련한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현실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는 점, 이 회장이 피해자 회사들에 피해금액을 갚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해 공탁해 상당 부분 피해가 회복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판결 이후 검찰은 "서민에게 큰 피해를 준 중대한 범죄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책임에 맞지 않는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나아가 실형 5년을 선고하면서도 구속하지 않은 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부영주택 등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과정에서 불법으로 분양가를 조정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방법 등으로 4300억원대 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2월 구속기소 됐다.
법인세 36억2000여만원을 포탈하고 일가에서 운영하는 부실계열사에 임대주택사업 우량계열사 자금 2300억원을 부당 지원하고 매제 근무기간과 급여를 부풀려 188억원의 퇴직금을 이중 지급한 혐의도 있다. 또 부인 명의의 회사를 계열사 거래 과정에 끼워 넣고 15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의와 2004년 계열사 자금 횡령으로 구속기소 되자 차명소유한 회사 주식 240만주 등을 회사에 반환해 피해액을 갚겠다고 약속해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2007년 시가 1450억원 상당의 이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해 개인 세금을 낸 혐의도 있다.
이외 해외법인이 보관하던 1000만달러를 부동산 매수 선급금 명목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회계처리하고 현지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건넨 혐의와 차명으로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피해 금액이 천문학적이고 셀 수 없는 다수의 서민에게 막대한 고통을 줬다. 일반인이 저질렀다면 모두 중형을 면치 못할 중대 사안"이라며 이 회장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73억원을 구형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회장은 7월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보석을 청구했고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