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KT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김인회 비서실장을 경영기획부문장(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황창규 회장의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5세대(5G) 이동통신 중심의 조직개편을 통해 차세대 승부처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KT가 16일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한 김 비서실장은 황 회장과 같은 삼성 출신이다. 황 회장이 KT 회장에 선임된 직후 김 사장을 경영기획부문 재무실장(전무)으로 직접 영입할 정도로 애정이 각별하다. 이후 2016년 비서실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올해까지 황 회장을 지근에서 보필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서는 KT의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경영기획부문장에 올랐다. 앞서 2015년에는 KT의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컨소시엄 단장을 맡아, 케이뱅크 인가과정을 책임지며 KT의 은행업 진출도 이끌었다.
KT 측은 "김 사장은 형식·관행을 탈피해 실용적이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로서 성과 창출과 현안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황 회장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고민이 많았다"며 "국정농단 사태에도 연루돼 직간접적 사퇴 압박도 받았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2기 임기를 자신의 측근과 함께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황창규 KT 회장(왼쪽)과 김인회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사진/KT
황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주주총회(통상 3월)까지다.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이자, 5G 원년인 2019년을 위한 준비도 시작됐다. 이통3사는 내달 1일부터 5G 전파 송출에 나서, 내년 3월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5G 상용화 서비스로 대결한다. KT는 SK텔레콤·LG유플러스와 국내 5G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통신 강자들과 5G 일전을 겨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빠른 실행이 필수다. 황 회장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김 사장에게 경영기획부문장이란 중책을 맡기며 5G 경쟁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KT는 5G 중심으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우선 마케팅부문의 5G사업본부 위상을 5G를 비롯해 KT의 전체 무선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격상시켰다. 이와 함께 마케팅부문에 5G플랫폼개발단을 신설해 5G 기반의 기업간(B2B) 서비스를 본격 준비한다. KT의 인공지능(AI) 사업을 담당하는 AI사업단은 마케팅부문장 직속 조직으로 격상되며, KT의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미디어사업본부는 소비자 영업을 담당하는 커스터머부문과 합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으로 확대 재편된다. 아울러 KT는 5G 시대를 맞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에너지, 빅데이터, 보안 등 미래사업 조직을 부문급으로 격상시켰다. 기존 미래융합사업추진실과 플랫폼사업기획실을 통합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을 신설했다. 융합기술원에 있던 블록체인센터를 블록체인 비즈센터로 확대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으로 이동시켰으며, 신사업 발굴·육성 전담조직인 비즈인큐베이션센터도 새롭게 설치했다.
KT는 조직개편에 맞춰 기존 2명의 사장 보직을 이동시켰다. 구현모 사장은 신설된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이동면 사장은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을 맡았다. 오성목 사장은 기존 유·무선 사업의 네트워크부문장을 그대로 맡는다. KT는 이날 계열사를 합쳐 총 41명의 임원 승진·발탁 인사를 단행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