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5세대(5G) 이동통신은 높은 연결성을 제공하는 인프라로 각광받고 있다. 21세기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이 고도화를 이루고, 사물 간 연결성을 높여 초연결 시대가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은 다방면에 접목되고, 5G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미래 서비스도 쏟아질 전망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AI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사업자와 손잡아 AI 서비스 확산에 방점을 두는 추세다.
이통3사 AI 고도화 위해 누구와도 손잡는다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 9월 AI 스피커 '누구'를 선보였다. 출시 첫 달 102만1000건으로 시작한 대화량은 지난 8월 7343만8000건으로 72배 늘었다. 이후 AI 운전비서 T맵x누구, AI 셋톱박스 Btvx누구 등을 선보이며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T맵x누구는 지난해 9월 출시 후 1년 동안 축적한 음성데이터가 약 5억건에 이른다. AI 기능을 탑재한 기기를 늘려 이용자 확대에 나선 결과다. SK텔레콤은 이렇게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콘텐츠를 확대하고 이를 다시 AI 기기에 반영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80여개 기업 및 40여개 건설사들과 제휴해 AI 스피커 누구를 중심으로 집 안을 컨트롤할 수 있는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KT의 AI는 지난해 1월 선보인 기가지니가 중심이다. 기가지니는 TV와 셋톱박스에 음성인식 기반 AI 스피커를 접목한 제품이다. TV에 연동해서 내장 카메라로 TV 및 음악 감상·일정관리·교통안내·홈 IoT기기 제어·영상통화 등을 아우르는 시청각 기반의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파트, 호텔 등으로 AI 서비스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 특급호텔과 제휴를 맺고 AI를 바탕으로 호텔안내·객실서비스·IoT제어·다국어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AI컨시어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조명, 냉·난방 제어뿐 아니라 알람, 교통, 날씨 등 생활비서 기능까지 가능하다.
SK텔레콤과 KT는 오픈 플랫폼 전략도 내세우고 있다. KT는 지난 9월 AI 플랫폼 등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포털 사이트를 열었고, SK텔레콤도 지난 10월 누구 오픈플랫폼(누구 디벨로퍼스)을 공개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플랫폼을 오픈하는 것은 AI 단말의 다양화를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독자 플랫폼 대신 네이버 AI 스피커 클로바와 자사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의 결합을 내세우고 있다. IoT@home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집안 가전들을 연동해 조작할 수 있는 홈IoT 서비스에 AI 스피커가 연결되면서 보다 편리하게 Io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IP)TV 셋톱박스에는 구글의 AI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했다. AI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이다.
아마존·구글은 초연결 진입에 속도
이통 3사가 오픈플랫폼을 중심으로 AI 생태계 확대에 나서는 사이 글로벌 기업 아마존과 구글은 초연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세계 시장에 유통되는 AI 스피커 10대 중 5대가 이들 제품이다. 스피커뿐 아니라 TV·냉장고·에어컨·카메라·프린터 등 가전·정보기기 제품에 AI 플랫폼 탑재가 잇따르고 있다.
아마존은 2014년11월 처음 음성인식 AI 알렉사가 탑재된 스피커 에코를 내놨다. 3분기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은 31.6%를 차지했다. AI 스피커 점유율은 알렉사의 확대로 이어졌다. 알렉사가 내장된 기기가 올해 초 4000대 수준이었지만 현재 2만대에 달한다. 알렉사를 사용하는 브랜드는 올해 초 1200개에서 3500개로 증가했다. 180여개 국가에서 수십만명의 개발자가 알렉사를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한 이용자 데이터를 강점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다중 언어 기능이 강점이다. 한국어·영어·독일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일본어 중 두 가지 언어를 선택해 사용언어로 설정할 수 있다. 사용자가 말하는 언어를 인식해 해당 언어로 답변하는 다중 언어 모드를 지원한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AI 스피커 점유율은 아마존에 이어 2위(22.7%)다. 구글 어시스턴트도 수만종의 제품에 탑재됐다.
두 글로벌 기업이 AI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이유는 5G 시대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AI 플랫폼을 탑재한 가전제품들이 생성하는 빅데이터는 소비자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무서운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제조업체에 대한 지배력도 높일 수 있다. 이승훈 LG경제연구원은 "당장 독자적인 생태계로 이들을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AI 생태계 초기부터 빠르게 참여해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 사업화를 통해 기회를 지속적으로 탐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