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한국미니스톱 매각 본입찰에 롯데, 신세계, 사모펀드 글랜우드 프라이빗애쿼티(이하 글랜우드PE)가 참가했다. 편의점 지형을 바꿀 대어급 매물 출현에 유통그룹 톱2가 맞붙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출점제한을 추진하고 있어, 미니스톱 인수전이 사실상 판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결전장이 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예정대로 3개 업체 모두 입찰 제안서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대상은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 전량이며 현재 한국미니스톱 지분은 일본미니스톱이 76.06%, 대상이 20%, 일본 미쓰비시가 3.94%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미니스톱 매각 입찰이 마감됐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말 기준 편의점 개수는 CU(1만3109개), GS25(1만3018개), 세븐일레븐(9548개), 이마트24(3564개)다. 미니스톱은 2533개로 매장 수 기준 업계 5위다. 2500여 개의 미니스톱 점포가 롯데 혹은 신세계로 흡수될 경우 편의점 업계에 큰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곳은 세븐일레븐이다. 실제 업계서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M&A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 회장이 일본 체류 기간 동안 한국미니스톱의 지분을 약 76% 보유한 '이온그룹'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과거 세븐일레븐의 인수 경험도 큰 장점이다. 롯데는 지난 2010년 바이더웨이를 인수해 세븐일레븐 점포를 확장한 경험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점포 수를 이렇게 확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뿐더러 롯데가 M&A를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업계 3위로 미니스톱을 품게 될 경우 점포 수가 1만2081개로 늘며 CU·GS25와 함께 편의점 3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꾸준히 점포 수를 늘리고 있는 이마트24와의 격차도 벌릴 수 있다.
반면 신세계가 가져갈 경우 업계가 2강 2중 체제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24에 미니스톱 점포수를 합하면 6097개다. 이는 3위인 세븐일레븐 점포수와 순식간에 차이를 줄일 수 있다.
이번 인수는 이마트24의 수익성 개선에도 중요하다. 이마트24는 출범 초기부터 오는 2020년 6000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서는 최소 6000개의 점포를 보유해야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특히 현재 편의점업계에서 '근접 출점 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니스톱을 갖게 될 경우 큰 논란 없이 이마트24의 사업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
글랜우드PE도 숨겨진 복병이다. 이상호 글랜우드PE 대표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의 차남으로 인맥과 인수 경험이 강점이다. 일각에서는 글랜우드PE가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간판교체 없이 그대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어 일본미니스톱에서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다만 경쟁이 불붙은 만큼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온다. 편의점업계의 점포당 매출 추이가 좋지 못할 뿐더러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도 "미니스톱 점주들의 성향상 롯데가 가져가면 잡음이 많을 것이고 신세계가 가져갈 경우 가맹구조가 달라 어려움이 예상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매각주관사인 일본의 이온그룹(AEON)과 노무라증권은 약 일주일 간 평가를 거친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3000억~4000억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