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배구조 약점, 신세계·현대百도 노출

지배회사 지분율 낮고 수직형 출자구조…경영권 방어선 취약

입력 : 2018-11-20 오후 2:24:1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사모펀드가 파고든 한진칼의 지분구조상 약점이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비지주 대기업집단에서도 노출된다. 핵심 지배회사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지 않고 순환출자 해소 후 수직형 출자구조가 되며 경영권 방어선이 약해졌다.
 
KCGI는 한진칼 2대주주로 올라서 지주회사 체제 내 전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총수일가가 지주회사만 장악하면 전체 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주회사체제 메리트를 역이용한 셈이다. 한진칼은 특히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 및 특수관계인 지분(28.9%)이 미약해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더욱이 총수일가 갑질 사태로 사회적 공분을 사며 사모펀드가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용이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KCGI는 일단 경영권 장악 목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더불어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유도한 뒤 주가를 부양한 다음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의도로 추정한다. 과거에도 상장 기업 5% 이상 지분 소유주가 경영 참여 목적을 밝힌 뒤 주가가 오르면 매각한 사례가 많았다. 주식매입 목적을 밝혀야 하는 자본시장 5% 지분공시 룰을 이용한 것이다. 소유주가 경영 참여로 공시하면 지분경쟁에 따른 주가상승을 노리고 매수세가 몰리기 십상이다. 실제 한진칼도 KCGI가 경영참여를 밝힌 후 주가가 급등했다.
 
이번 한진칼 사례에 비추면 비지주 집단에서도 비슷한 취약점이 보인다. 현재 지주 집단에서는 한진칼처럼 지분율이 낮은 곳을 찾기 힘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주체제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19개 집단 22개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일가(총수 포함) 평균 지분율은 44.8%로 조사됐다.
 
반면, 비지주 집단은 상대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이 약해 보인다. 계열사 전체자본에서 동일인(총수) 관련자 출자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의결지분율)은 지주 집단이 59.95%, 비지주 집단이 53.4%. 지주 집단은 체제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 현물출자, 자사주 등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을 강화했지만 비지주 집단은 그러지 못한 데서 생긴 차이다.
 
이 가운데 비지주 집단은 근래 순환출자를 대부분 해소함에 따라 지주체제와 비슷한 수직형 출자구조를 형성하게 됐다. 한진칼처럼 핵심 지배회사 지분만 확보하면 전체 그룹을 지배하기 수월해진 상황이다. , 사모펀드 등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이 공략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일례로 비지주 집단인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이 이마트와 신세계를 양분하는 구조인데 각각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지배회사는 총수일가 지분이 한진칼처럼 30%에도 못미친다. 신세계가 28.06%, 이마트가 28.06%. 역시 비지주 집단인 현대백화점그룹도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정점으로 출자구조가 나뉘는데 지분율은 각각 36.08%, 37.7%에 불과해 안정권이라 보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승계 과정에서 가족간 지분을 나누다 보니 지배력이 약해졌는데 의사결정구조가 후진적인 비지주 집단이라 지배구조 문제도 상존한다면서 적대세력이 지배회사 지분을 확보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더불어 배당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이번 한진칼 사태를 계기로 커졌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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