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주택, 대규모 조성 필요하다"

"소규모는 공동식사 빼면 무용지물…공동체 안착 때까지 코디네이터가 돌봐야

입력 : 2018-11-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이웃사촌끼리 같은 커뮤니티 공간을 이용하고, 공동체를 이루는 공동체주택이 더 많은 이웃을 포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동체주택은 독립된 커뮤니티 공간을 갖춘 주거 공간으로, 공동체 규약을 마련해 입주자 소통·교류를 통해 생활문제를 해결하거나 공동체활동을 함께하는 주택이다.
 
서울시는 23일 정동극장에서 '제4회 공동체주택 박람회'의 일환으로 '한·일 공동체주택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한국 발표자인 김란수 '하우징쿱 협동조합' 이사는 국내 공동체주택 사례를 소개하면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보완점을 지적했다. 공동체가 더 커지고, 지역주민과 어울릴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우징쿱에 따르면 한국에서 공동체주택은 청년, 신혼부부, 은퇴자, 예술인 등 각각의 집단별로 지어지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대부분 30세대 미만의 소규모다.
 
주택이 소규모로 지어지면서, 주택에 딸린 커뮤니티 시설도 협소해져 공동 식사 이외의 활동이 힘든 편이다. 그나마 외부인과 교류가 쉬운 1층에 설치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입주 전에는 코디네이터가 공동체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지만, 오히려 입주 후에는 입주자가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기 때문에 식사 모임과 운영 모임 외에 특별 프로그램이 없기도 하다.
 
김 이사는 "100세대 이상 대규모 실험 및 세대혼합 주택이 필요하다"며 "공동체가 자리 잡기 전까지 입주 후에도 코디네이터를 활용해 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는 공동체주택에 사는 노인이 지역 주민과 어울리는 일본 사례가 나왔다. 시모가와라 타다미치 '실버우드'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형 고령화주택을 소개했다. 독립적인 생활공간에 거주하되, 요양병원처럼 간병 서비스도 제공하는 형태의 주택이다.
 
타다미치 대표에 따르면, 주택 거주자 90%가 치매 노인인데도 지역 아이와 주민이 자주 놀러온다. 과자가게를 설치해 아이들이 오도록 한다. 과거 점원 경험이 있는 치매 노인이 점원 노릇을 해 월 수입을 49만엔(약 491만원)이나 올린다.
 
다른 노인들도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드럼을 연습해 지역 축제에서 연습하는가 하면, 소품을 만들어 주민에게 준다. 아직 아이가 어린 엄마는 고령화주택으로 가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댄스까지 해 우울증을 털어낸다.
 
실버우드는 내년에 치매 환자가 활동뿐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춰 주택을 조성할 계획이다. 주택 공간 일부에 레스토랑을 짓고, 치매 환자에게 서빙을 맡김으로써 편견을 없앤다는 목표다. 타다미치 대표는 "일본에 왔을 때 꼭 이 레스토랑에서 드세요"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지역 주민이 고령자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고령자가 지역 주민을 위해 본인의 역할을 한다"며 "지역 주민은 고령화주택 거주자를 지역 주민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모가와라 타다미치 '실버우드' 대표가 23일 정동극장에서 열린 '한·일 공동체주택 심포지엄'에서 서비스형 고령화주택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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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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