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휘 정경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1월3주차 국정지지도는 8주 연속 하락해 집권 후 최저치인 52%를 기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역대 취임 2년차 4분기에 지지율 50%를 넘긴 대통령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문 대통령의 ‘선방’을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취임 초 80% 지지율 중 30%가 빠졌다는 것, 전 세대·계층·지역 민심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프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는 경제·민생 악화가 꼽힌다. 당장은 어려워도 앞으로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국민들이 체감 가능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다. 언젠가는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비전을 못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믿음도 흔들리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규제개혁 ▲노동개혁 ▲경제구조개혁▲균형발전 등을 외치지만, 막상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것은 별로 없다.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NATO(No Action Talking Only) 정부라는 핀잔이 나올 수준이다. 여소야대를 핑계삼는 것도 한 두번이다. 100% 모두에게 환영받는 정책은 나올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진정성을 무기로 상대편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좌·우, 보수·진보, 노·사 사이에서 좌고우면만 하다 방향성을 잃고 정책도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며칠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정부는 한 번에 ‘비약’은 못 할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며 “호시우보(호랑이처럼 날카롭게 지켜보며 소처럼 신중하게 걷는다), 우보만리(소처럼 우직한 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라고 적었다.
안이하기 짝이 없다. 요즘 세상에 그 누가 늦은 소걸음으로 만리를 가는 것을 묵묵히 기다려 주겠는가. 늦은 소걸음에 인내하기보다는 다들 타고 있던 소 등에서 내려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파죽지세’(대나무를 쪼개는 기세)로 ‘쾌도난마’(어지럽게 얽힌 삼베를 한 칼에 잘라버림) 해야 한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하나씩 ‘비약’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렇게 풀어가다보면 우리사회 구석구석을 얽매고 있던 다른 매듭들 역시 풀려있을지 모른다.
이성휘 정경부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