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경기 둔화 우려에도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통화당국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우리 경제가 저성장 속 경기 둔화 경고음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30일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인상했다. 사진/뉴시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연 1.25%에서 1.50%로 올린 이후 1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시장의 예상과 부합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내년 추가 인상 여부다. '금융 안정'을 이유로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 이뤄졌지만, 내년에는 경기 둔화를 이유로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내년 세계경제는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경제 역시 2%대 성장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에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소비·투자 등 내수도 회복세가 미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처럼 경기 하강 압력이 커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은 국내 경제 성장세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11월 금통위에서 여전히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2명이나 나온 점도 추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춘다는 평가다. 조동철·신인석 금통위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은 금통위원 중에서도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소위 '비둘기파'로 꼽힌다. 두 위원은 그간 경제 성장세에 대한 우려, 물가 상승세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은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 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내년 통화정책 방향은 성장률과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을 모두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월 기준금리 인상은 이주열 총재를 비롯한 통화당국 관계자들이 이미 여러차례 '금융 안정'을 언급한 만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경기 모멘텀 둔화가 가시화된 가운데 두 명의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이 제시된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추가 인상에 대한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파월 의장의 '현 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밑(just blow)에 있다'는 발언으로 이번 인상 이후 추가 행보 논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며 "타 국가에 비해 경기 여건이 탄탄한 미국도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높은 한국이 추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내년 연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예상했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의 경기 흐름이 지속된다면 불확실성이 보다 확대될 수 있다"며 "금통위가 고려해야 할 거시경제 사안들이 산재해 있고, 금융 안정에 기반한 금통위의 인상 소수의견이 등장에 그치면서 현재의 기준금리 1.75%가 유지될 가능성이 보다 높다"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