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1500조가 넘는 가계부채와 한·미 간 금리 격차 부담 등을 이유로 '금융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설명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연 1.25%에서 1.50%로 인상한 이후 1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의 예상과 부합했다. 한은 역시 올 하반기 들어 인상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실제 10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이일형 금통위원에 이어 고승범 위원도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냈고,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실물경기가 흐트러지지 않으면 금리인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면서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0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하고,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택한 것은 우선 가계부채 등으로 누적된 금융불균형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분기보다 22조원 증가하며 사상 최초로 15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1500조원대의 가계부채 규모는 여전히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다.
여기에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다음달 또 한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만약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고, 연준이 다음달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포인트 이상 벌어진다. 이럴 경우 외국인 자본 이탈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 총재는 "금리를 소폭 인상했지만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며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가 거시건전성 대책을 강화하고 있고 주택시장 안정대책도 펴고 있는 만큼 금융안정 측면에서 모든 효과가 복합적으로 같이 작용을 해 금융 불균형을 축소하는데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금통위에서는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소위 비둘기파인 조동철·신인석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하면서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여기에 한은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완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을 밝히면서 당분간 동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총재는 " 국내 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