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신동권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4차산업혁명 시대 불공정거래 준비해야”

빠르게 변하는 시장환경…“개별 시장 연구기능 강화해 대응”
분쟁 조정 처리 건수 해마다 증가세, 인력·예산 충원 절실

입력 : 2018-12-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지난 3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창립 11주년을 맞았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바빠진 기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인 탓에 공정거래위원회 위상 강화와 함께 조정원도 덩달아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분쟁 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신동권 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시장이 나타나면서 그에 맞는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를 예방하는 장치를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조정원부터 새로운 시장에 대한 연구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동권 공정거래조정원장. /제공=공정거래조정원
 
문재인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이 커졌다. 그만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일선에서 공정경제를 실현해 나가는 기관이다. 공정위가 공정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주체라면 조정원은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의 피해를 구제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분쟁 조정신청도 급증 추세다. 분쟁 조정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고자 하는 국민들의 요청이 커졌다고 생각한다.
 
재벌개혁과 갑을관계 개선을 위해 조정원은 어떤 역할을 하나. 
현재 조정원에는 공정거래를 포함해 하도급 거래, 가맹사업거래, 대규모 유통업거래, 대리점거래 및 약관 등 6개 분쟁 조정협의회가 설치돼 있다. 명실상부한 공정거래 관련 분쟁 조정 전문기관으로서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업자 간 분쟁을 조정한다. 재벌개혁과 직접적 관련성은 없지만, 재벌기업이 피신청인이 되는 사건도 다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재벌의 불공정거래행태 개선에 조정원이 기여하는 점이 있다. 조정제도는 여러 장점이 있다. 시간과 비용이 드는 소송절차를 견디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영세소상공인이 쉽고 빠르게 직접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 
 
사진=권대경기자
 
조정원에 접수된 건수도 상당히 증가했다는데. 
지난해 조정원에 접수 및 처리된 분쟁 조정 건수가 각각 3000건을 넘었다. 올해도 벌써 지난 10월 기준으로 3000여 건에 이르는 조정사건을 처리했다. 올해 10월까지 조정 성립에 따른 피해구제 성과(조정금액+절약된 소송비용)만 약 920억원에 이른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8% 증가했다. 조정 처리 건수가 많고 피해구제액이 증가했다고 반드시 자랑할 일은 아니다. 그만큼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건수보다는 피해구제를 빠르게 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 되는 게 중요하다.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상당할 것 같다. 
업무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이다. 조정원은 현행법상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조정 절차를 종료해야 한다. 현재 조정원의 전체 인력은 100명이 되지 않는다. 분쟁 조정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인력 확충과 예산 증액이 절실하다.
분쟁 조정 업무는 투자 대비 효과가 확실한 분야다. 또 업무의 본질은 대립하는 당사자들의 타협과 양보를 끌어내는 것이지만 '갑'과 '을'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기에 모두가 만족하는 조정은 쉽지 않다. 조정원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을'의 목소리도 듣지만,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불법을 저지르고 난처해하는 '갑'의 상황도 발생한다. 직접 당사자들을 마주해야 하는 조사관들의 고충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조정성립을 통해 중소기업과 영세소상공인 분들이 피해구제를 받았을 때는 정말 고마워한다.
 
제공=공정거래조정원
 
 
조정원 차원의 ‘사후구제’도 중요하지만 ‘사전예방’도 중요하다. 방법이 있나.
조정원은 공정위로부터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CP)' 등급평가와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 등록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CP 등급평가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내부준법시스템의 수준을 매년 평가하고 등급을 부여하는 일이다. CP라는 것이 자율적인 법 준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 채택해서 추진하는 게 원칙이지만, 기업들의 법 준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 기업들이 이윤만을 우선시했다면 현재는 기업도 소비자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업 이미지가 한번 훼손되면 소비자도 등을 돌린다.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사전에 법 위반을 예방하기 위한 자정 시스템을 고심한다. 평가 등급은 AAA부터 D까지 총 8등급으로 구성된다. 기업이 조정원에 등급평가를 신청하면 조정원이 서류평가, 심층면접평가, 현장방문평가를 진행한다. 이어 공정위가 최종 평가등급을 부여한다. 높은 등급이 나오면 기업에서도 이미지 제고에 활용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자체적인 노력을 하게 된다. 과거에는 CP를 도입하기만 하더라도 과징금 경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했는데, ‘기업 봐주기’라는 지적이 있어 현재는 사라졌다. 이 때문에 평가등급을 신청하는 기업 수가 줄어들어 아쉽다.
 
산업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공정위나 조정원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는 공정위도 새로운 유형의 법 위반 행위를 규제하기 어렵다. 공정거래 관련 법 집행을 위한 연구업무가 강화돼야 한다. 플랫폼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이 곧 초연결 사회다. 모든 경제 활동이 플랫폼 안에서 이뤄진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불공정행위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고, 피해도 광범위해질 수 있다. 공정위가 전문성 있는 법 집행을 하기 위해서라도 조정원의 공정거래 관련 연구기능을 활성화해서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올해도 이와 관련한 여러 과제를 수행했다.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적인 시장과 사업자의 거래행태에 대한 연구 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8월7일 신동권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이 한국을 방문한 파키스탄 경쟁당국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정원의 역할과 국내 분쟁조정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제공=공정거래조정원
 
내년부터 조정원이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들어간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공공분야부터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나 행태가 없는지 점검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공기업의 거래 행태 등에 대한 조사·분석 업무를 수행 중이다. 다만, 조정원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사업자의 거래 관행과 행태의 조사 및 분석’ 업무를 수행한다. 연구업무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조사·분석 업무라는 점에서 공정위가 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수행하는 조사와는 구별된다. 공기업의 거래 행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법적·경제적 분석이 필수다. 내부 연구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공정위와 기재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조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