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이후 급증했던 KT 이동통신 가입자 순감세가 일단락됐다. 사고 직후 사흘 동안 이탈자가 많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소폭 순증세로 돌아섰다. 11월 번호이동 시장은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업계 등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24일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 직후 828명, 26일과 27일에는 각각 678명, 160명 가입자가 순감했다. 통신에 불편을 느낀 일부 고객이 번호이동을 했거나, KT가 사고 수습에 몰두하느라 마케팅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224명, LG유플러스는 1442명 순증했다. 다만 KT는 28일부터 순증세로 돌아섰다. 사고 후 6영업일 간 1493명, 11월 한 달로는 1334명 순감하는데 그쳤다.
KT가 사고 직후 다음날 유·무선 가입고객 대상 1개월 요금 감면 시행안을 내놓는 등 발 빠른 대처에 나섰고, 인터넷(IP)TV·인터넷 등과의 결합할인으로 쉽사리 통신사를 바꾸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지부진한 동케이블 복구 작업과 달리 무선과 인터넷·IPTV 등은 99% 복구돼, 사고 이전으로 돌아갔다. 동케이블은 1일 오후 4시 기준 64% 복구가 진행됐으며 이후 복구율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월 번호이동 시장은 53만1857건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이 출시됐던 8월 이후 3개월 만에 50만건을 돌파했다. 번호이동은 통신사들끼리 가입자들 빼앗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 시장으로, 숫자가 높다는 것은 경쟁이 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KT 사고 여파와 더불어 애플의 플래그십 모델 아이폰 신형 3종이 출시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애플이 아이폰 XS·XS맥스·XR 등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겨냥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앞서 선보인 갤럭시노트9과 V40씽큐의 보상판매를 강화했다. 또 11월은 수능 시험이 끝난 직후부터 휴대전화를 바꾸려는 수험생이 몰리는 경향이 짙다.
다만 전년 대비로는 23.7%(16만5323건) 감소해 시장 침체가 여전했다. 신형 아이폰의 경우 최고가가 200만원에 달하는 등 비싼 가격으로 대중성 획득에 있어 한계를 노출했고, 비싼 제품일수록 25% 선택약정할인율이 공시보조금 혜택보다 높아 번호이동을 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번호이동 시장은 상반기에 이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반기 번호이동 건수는 276만6022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5.98%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도 특별한 이벤트 없이 올해 월 평균인 47만건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5% 선택약정할인제와 더불어 결합할인 영향으로 번호이동이 예년만큼 활발한 상황이 아니다"며 "12월 연말 효과도 현재로서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