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3일 발표한 편의점 근접 출점 제한 방안은 자영업자 몰락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는 과밀 경쟁에 대해 당정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근접 출점 제한이 편의점 업종으로 한정되고 다른 과밀 업종으로 확대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과밀 경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자영업자 총량제 등 근본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편의점 근접 출점 제한 방안은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 강화가 골자다. 편의점 간에 직접적인 '거리 명시' 대신 담배 소매인 간 거리 제한'으로 준용키로 했다. 담합 행위 등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2000년 폐지된 편의점 간 출점거리 제한이 사실상 부활하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편의점업계 등이 편의점자율규약안 마련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이다.
담배 소매인 지정기준은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고 있다. 지자체별 지정거리는 제각각 차이가 있으나 통상 50~100m다. 서울시는 서울 내 담배 소매인 영업소 거리 제한을 50m에서 100m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정은 지자체가 담배 소매인 지정거리를 기준으로 편의점 출점 거리를 합리적으로 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국내 5대 편의점 점포 수는 2012년 2만4500여개에서 현재 4만여개로 급증했다. 인구 1250명당 편의점 1개로 과밀화가 심각한 상태다. 편의점의 90% 이상이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담배 소매인 거리 제한으로도 일정 부분 편의점 과당출점의 해소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담배는 편의점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근접 출점 제한 방안이 치킨집 등 다른 과밀 업종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 소매인 지정 거리 제한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업체 자율 규정에 의한 것"이라며 "편의점 업종은 그나마 대기업이어서 협약이 가능한 것이고, 치킨집 등 중소 프렌차이즈에 도입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자영업자 과밀화가 편의점에서 이슈가 되면서 가맹본부들이 나서 과당경쟁 해소 방안에 대해 스스로 규약을 만든 것"이라며 "다른 과밀 업종과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편의점 과밀화 해소 방안과 자영업 종합대책 마련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지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거시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영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자영업자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지난 8월 일자리 인프라 구축, 카드수수료·세금 부담을 내용으로 한 7조원 규모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금 퍼주기식' 정부 대책은 단기 효과에만 그치며, 자영업자 과잉·과밀화가 정부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50m든 100m든 거리 제한을 두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신규 진입을 막는 대신 기존 점포 수는 유지가 되기 때문에 이미 포화 상태인 편의점 과당 출점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신사협정(자율규약)이어서 유명무실화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40~50대만 돼도 고용에서 소외되기 때문에 먹고 살려고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고용 안정화가 시급하다"며 "자영업자 수가 과포화다. 전체 수를 조정하도록 총량제를 실시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을 피하기 위해서 교육 강화 등 진입 장벽을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세청에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사업자 수는 2017년 722만6000명이며, 대부분 자영업자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폐업률(90만8000명)은 약 11.2%, 창업률(128만5000명)은 약 17.8%로 계산된다. 2012~2017년 창업률은 매년 약 17%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폐업률은 2012년 13.1%, 2013년 12.5%, 2014년 11.4%, 2015년 10.5%, 2016년 11.7%로 감소 추세다.
이런 폐업률 감소에도 여전히 자영업자는 포화 상태다. 2017년 자영업자 비중은 취업자(2672만5000명)의 21.3%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평균(2016년 16.4%)에 1.5배에 달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 자영업자 도·소매업 업종의 약 72%, 숙박·음식점업 업종의 68% 정도가 근로자 임금보다 낮은 소득에 그치고 있다.
한 소비자가 편의점을 찾아 담배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